현대백화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내놓은 성장 전략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화점은 다시 성장엔진이 됐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던 지누스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기 위해 단행한 그룹 최대 인수합병(M&A)이 아직 기대한 역할을 하지 못한 반면, 성숙 산업으로 여겨졌던 백화점은 오히려 외국인 소비를 앞세워 그룹 실적을 떠받쳤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개선에도 그룹 최대 인수합병(M&A)인 지누스의 턴어라운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은 5일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연결 실적만 보면 부진했지만 사업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백화점 부문은 명품과 패션 판매 호조, 외국인 소비 확대에 힘입어 매출 6438억 원, 영업이익 1101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9.1%, 58.6% 증가했다. 면세점 역시 인천국제공항 DF2 운영과 시내점 효율화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 13억 원 적자에서 올해 62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지누스는 미국 시장 부진으로 매출이 35.7% 감소한 1475억 원에 그쳤고 2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개선에도 지누스 부진이 발목을 잡으며 연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8.7% 감소했다.
이는 정 회장이 그렸던 성장 시나리오와는 다른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8790억 원을 들여 지누스를 인수하며 '포스트 백화점' 찾기에 나섰다. 백화점 중심 사업 구조를 온라인과 글로벌, 리빙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이 기대한 미래는 백화점이 아니라 지누스였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회사의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방한 관광객 증가와 더현대 서울의 흥행으로 백화점은 다시 성장세를 탔지만, 지누스는 미국 소비 둔화와 고금리, 관세 부담이라는 복합 악재를 맞았다.
이는 지누스가 기존 M&A와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섬과 현대리바트, 현대L&C 등이 국내 시장과 그룹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키웠다면, 지누스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투자였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미국 비중이 절대적 만큼 외부 변수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였다.
결국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매각을 결정했고 생산 체계는 인도네시아 중심으로 재편됐다. 인수 당시 '글로벌 확장'을 강조했던 현대백화점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기존 인프라 재정비와 수익성 중심 사업 구조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전략의 무게중심을 성장보다 체질 개선에 뒀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사 주문 정상화와 신규 ODM(주문자개발생산) 계약 확대를 근거로 상반기를 저점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 실제 판매가 살아나는지가 턴어라운드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관세 대응 차원의 가격 인상 이후 주요 고객인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향 매트리스 판매가 급감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며 "경쟁사들이 판가를 유지하며 출혈 경쟁을 이어가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