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이라면 걱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말은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2026년 1월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걱정의 시선을 누구보다 오래 견뎌온 사람이 있다. 세계적 팝 디바 아리아나 그란데다. 그는 결국 대중의 시선에서 한발 물러나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대변인은 8월2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피플’ 인터뷰에서 “9월1일 ‘이터널 선샤인 투어’가 끝난 뒤 당분간 대중 앞에 나서는 활동을 줄일 예정”이라며 “이후에는 대중을 직접 상대하는 활동과 공식 석상에서 잠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중 앞에 나서는 활동이 그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대중의 감시와 관심”으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아역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2013년 가수로 데뷔한 뒤 10년 넘게 세계 팝 음악계의 정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폭넓은 음역대와 매력적인 목소리로 ‘프로블럼(Problem)’, ‘뱅뱅(Bang Bang)’, ‘땡큐, 넥스트(thank u, next)’, ‘세븐 링스(7 rings)’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8월1일(현지시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Petal’의 한 장면. 아리아나 그란데가 오디션장에서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아리아나 그란데 유튜브 채널
7월31일 발매된 8집 정규 앨범 ‘페탈(Petal)’에도 타인의 시선과 통제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가 담겼다.
‘페탈’ 뮤직비디오 속 아리아나 그란데는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장에 선다. 남성 심사위원들은 그를 향해 “진정성이 없다”, “예전의 당신이 그립네요”라고 몰아붙인다. 급기야 “밖에 나가서 그 사람을 다시 찾아온 다음 다시 한번 오디션을 보러 오는 건 어때요?”라며 비꼰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8월 1일(현지시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Petal’에서 심사위원들이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유튜브 채널
음악에 대한 평가를 넘어 인신공격과 조롱이 이어지는 순간, 아리아나 그란데는 말없이 뒤에 있는 전기톱을 집어 든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모습은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지적하고 바꾸려 했던 사람들을 향해 이제 그만하라고 분노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일을 끝내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문을 열고 나오자, 오디션을 기다리던 여성들이 마치 해방이라도 된 듯 그를 향해 박수를 친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8월 1일(현지시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Petal’에서 오디션 심사가 끝나자 전기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유튜브 채널
아리아나 그란데는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향한 평가에 시달려왔다. 소셜미디어에는 사진 몇 장만으로 “거식증에 걸린 것 아니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몸을 보고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과거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어떤 모습이 더 건강한 모습인지까지 평가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2023년 4월 틱톡을 통해 타인의 신체와 외모에 대해 지나치게 편하게 말하고 평가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건강해 보였다’고 평가하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두고 “항우울제와 술에 의존하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 인생 최악의 건강하지 못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반복되는 신체 평가와 건강 우려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여성 아티스트의 몸은 조금만 달라져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살이 찌면 ‘자기 관리 실패’라는 말을 듣고, 수척해 보이면 ‘거식증’이나 ‘건강 이상’이라는 추측이 따라붙는다. 심지어 건강이 걱정된다는 명분 아래 그 몸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설명할 의무까지 요구한다.
건강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다. 누군가의 건강을 걱정할 수는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몸의 모습만을 근거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평가할 권리까지 타인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8월 1일(현지시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Petal’의 한 장면. 별이 그려진 아스팔트 바닥의 균열을 뚫고 꽃이 피어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유튜브 채널
아리아나 그란데는 ‘페탈’에서 자신이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도, 동정을 구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미 자신에게 충분히 많은 것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과 간섭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노래한다.
우리가 그의 사례를 보며 한 가지 질문은 던진다. 타인의 삶과 몸을 돋보기 아래 올려놓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할까. 우리의 시신과 지적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K-팝 아이돌 산업에서도 아티스트의 몸과 사생활을 향한 관심과 걱정(또는 걱정으로 포장된 '감시')는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연습생 시절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평가받고, 데뷔 후에는 초근접 사진 한 장에 몸의 변화가 낱낱이 품평된다. 유료 소통 앱을 통해 일상이 공유되면서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까지 관심의 대상이 된다. 팬의 사랑과 관심에서 출발한 시선이 어느 순간 감시와 통제로 바뀐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타인의 몸과 삶을 어디까지 들여다보고 평가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다. 걱정에서 시작된 관심이 어느 순간 감시와 통제로 바뀌고 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