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5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성장 동력인 원전 사업의 성과를 1년 안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5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성장 동력인 원전 사업의 성과를 1년 안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진은 이 대표(가운데)가 2025년 1월 한남 4구역을 방문한 모습. ⓒ현대건설
8월3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5천억 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원전 사업의 시간표를 앞당기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7월31일 2026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환사채 발행 목적을 구체적 지표로 명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부채비율 100% 이하 달성과 2028년 신용등급 상향"을 언급하며 "신용평가사와 소통하며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9일 전환사채 발행을 발표하며 제시했던 목적인 "부채비율 개선을 통한 신용등급 상향"이 명확한 시점의 로드맵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신용등급 상향의 데드라인을 2028년으로 못박은 점이다. 이는 결국 현대건설이 원전 시간표를 앞당겨야 할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은 현대건설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고, 주가를 전환가액 이상으로 올려야만 현대건설이 전환사채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5천억 원 전환사채의 자본 반영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환사채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주가가 전환가액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웃돌아야 한다.
현대건설이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15만607원이다. 8월3일 종가 기준 9만5600원보다 58%가량 높은 수준이다. 적어도 전환청구가 가능해지는 시점인 2027년 7월7일까지는 뚜렷하고 장기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평정은 통상 상반기에 마무리된다. 현대건설이 2028년에 등급 상승을 이뤄내기 위해선 2027년 7월부터 2028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 주가가 전환가액을 뛰어넘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채권자들의 전환을 유도해 현대건설이 의도한 부채비율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대표로서는 2027년 7월까진 원전 사업의 실적 가시화를 시장에 증명해 내야 하는 셈이다.
주가 15만 원대가 현대건설에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현대건설이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6월9일 현대건설 주가는 12만2300원으로 전환가액보다 19%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4월에는 원전 수주 기대감을 강력한 동력 삼아 장중 52주 최고가인 19만8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 일정이 현대건설 예상보다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했으나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및 재원 확보 지연 등으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원전 계약 형태도 본계약에서 부분계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홀텍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은 하반기 부분계약을 추진한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과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의 마타도르 프로젝트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연내 부분계약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증권업계는 현대건설의 원전 시간표가 늦어지는 것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2분기 영업이익으로 2618억 원을 내며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20% 넘게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iM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은 '원전 일정 지연'을 이유로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렸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밸류에이션 확장을 이끌었던 원전·SMR 수주가 지연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확장을 위해서는 계획된 뉴에너지(원전, SMR 등) 수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개선에도 목표주가를 하향한 이유는 대형원전 수주 지연과 현금 회수 일정 지연 등"이라며 "현대건설의 대형원전 수주는 PPA 체결과 발주처 재원 확보 지연으로 전체 EPC 계약 일정이 늦어지고 있어, 원전 프로젝트의 실질 수주 가시화 시점은 2027~2029년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결국 관건은 올해 하반기 현대건설이 얼마나 진전된 원전 계약을 들고 올 수 있느냐다. 증권업계는 현재로선 미국 원전 사업이 가장 실적 가시성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하반기부터 미국 원전 관련 다양한 진전이 예상된다"며 "현대건설의 핵심 파트너인 홀텍의 기업공개(IPO)와 팰리세이즈 원전 재가동, SMR 착공이 하반기에 맞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은 추가 자본 조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전환사채 발행은 일회성으로 앞으로 유사한 형태의 자본 조달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적 자본 조달 가능성이 없는 만큼 이번 전환사채는 사실상 이 대표가 1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주가 베팅이 됐다. 전환청구가 시작되는 2027년 7월부터 2028년 상반기 정기평정까지 약 1년 안에 진전된 원전 계약서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이 대표 재무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