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에 남아 있던 수사권까지 떼어내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이어진 검찰 중심 수사체계도 막을 내리게 됐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를 이어간 뒤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서 본격화한 검찰개혁이 23년 만에 제도적 마침표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를 수사 주체에서 제외하고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다. 검사는 앞으로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되, 수사기관에 필요한 사항을 추가로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보완수사요구권은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수사기관인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상급 관서에 담당자 교체나 징계를 요청하거나,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요구권도 구체화했다. 고소인과 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에게도 이의신청과 사건기록 열람 권리를 부여하는 등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중대한 위법수사에 근거해 공소가 제기됐거나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남용한 경우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기소권 역시 일정한 사법적 통제 아래 두겠다는 취지다.
검찰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 출발점으로는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 3월9일 개최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가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상설특검 도입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실질적으로 분리하기까지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민주당은 이듬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처리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했다.
올해 3월에는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10월2일 검찰청과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기소는 공소청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각각 맡게 된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까지 폐지되면서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을 위한 입법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권 인사들은 이날을 검찰개혁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이날 전남 광주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후 피해자 인권 강화 방안 토론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참 오랜 길을 돌아왔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검찰개혁 찬성파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개혁은 검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며 사법통제와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특정인을 위한 법 개정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개정"이라며 법안이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권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