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개봉을 앞두고 아이맥스(IMAX) 영화관 티켓이 정가의 5배가 넘는 가격에 암거래되고 있다. 공연과 스포츠에 집중된 규제의 빈틈을 암표상들이 영화 쪽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기승 중인 영화표 '되팔이' 사태는 현행법으로도 규제할 수 없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오는 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를 둘러싼 관심은 극장 밖에서도 뜨겁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아이맥스 특별관 티켓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는 웃돈을 얹어 티켓을 되파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을 살펴보면 '오디세이' 아이맥스 상영관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특히 거래의 중심에는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이 있다.
용아맥은 국내 아이맥스 영화관 가운데 가장 큰 스크린을 갖춘 곳으로,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 비율과 가장 유사한 화면비를 제공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여기에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70㎜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고, 북미 개봉 이후 "진가를 느끼려면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관람 수요는 더욱 폭발했다.
결국 개봉일부터 주말까지 용아맥 상영관은 사실상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600석이 넘는 대형 상영관임에도 회차마다 남은 좌석이 손에 꼽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암표 가격도 치솟았다. 인기 좌석은 한 장에 10만~11만5천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정상가인 1만7천~2만 원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일부 판매자는 한 회차에 10장 이상을 한꺼번에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개인의 일회성 판매가 아닌 반복 입력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활용해 조직적으로 좌석을 싹쓸이한 뒤 되파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반 관람객들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좌석이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해서 겪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암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1950년대 기차표 암표를 시작으로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입장권까지,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암표는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조직적인 대량 구매, 온라인 재판매가 결합하면서 규모와 수법이 한층 교묘해졌다.
실제 2020년대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아이돌 콘서트 티켓 약 3만3천 장을 대량 예매한 뒤 최대 25배 가격으로 되팔아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도 제도 보완에 나섰다.
국회는 올해 1월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개정안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방해하는 재판매 목적의 부정 구매를 금지하고, 상습적·영업적으로 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되파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해당 법은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화표는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연·스포츠 분야와 달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에는 재판매 목적의 부정구매나 정가 초과 판매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암표 규정은 주로 오프라인 현장 거래를 전제로 해, 온라인 암표 거래를 실효적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 시도도 있었다. 2024년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영화 입장권의 부정 판매와 알선을 금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말까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3'와 마블의 '어벤져스: 둠스데이' 등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된다. 아이맥스 특별관을 중심으로 한 예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표만 규제 밖에 남겨둔 지금의 제도가 유지되는 한, 웃돈을 노린 되팔이와 이를 둘러싼 암표 논란 역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