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씨밤)에 따라 부담하게 될 탄소 비용을 실제보다 최대 70배 축소 공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 규제 리스크 수치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아 재무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데이터가 한국 투자자에게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씨밤)에 따라 부담하게 될 탄소 비용을 실제보다 최대 70배 축소 공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지는 기후솔루션이 7월29일 공개한 보고서 표지. ⓒ기후솔루션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7월29일 보고서 '보이지 않는 탄소 청구서: 현대자동차그룹 공급망에 쌓이는 CBAM 비용'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투자자에게 충분한 CBAM 비용 산정 근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집약 제품을 EU로 수입할 때 해당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 1월1일부터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은 2026년부터 CBAM 신고 의무를 진다. EU 공장으로 들어가는 한국산 자동차용 철강 1톤마다 탄소 가격이 붙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체코 공장의 2030년 CBAM 관련 예상 비용을 21억 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 산정 방식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에 대한 CBAM 비용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기후솔루션은 실무적 가정에 기반해 하한 추정치를 적용할 경우 두 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이 2030년 기준 약 875억 원(59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산 고로 기반 철강 비중을 100%로 가정한 상한 시나리오에서는 이 금액이 약 1460억 원(9920만 달러)까지 늘어난다. 이는 현대차가 공시한 21억 원과 비교해 최대 70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보고서는 이 격차가 오차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공개하지 않은 변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수입 철강의 탄소집약도, 차량 1대당 실제 철강 사용량, 한국산·EU산 철강 조달 비중, 고로·전기로 등 생산 방식, 원재료와 부품 수입의 구분, EU 탄소가격 전망, CBAM 산정 방법론 등이 모두 미공개 상태다.
현재 공시만으로는 투자자가 비용 규모를 검증할 수 없고, CBAM 신고 의무와 비용이 그룹 내 어느 법인에 귀속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올해 2월 유럽 고객사를 대상으로는 CBAM 설명회를 열고 비용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유럽 고객에게는 제공되는 정보가 정작 현대차그룹 투자자에게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 저자인 스테파니 스페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 전략가는 "탄소 비용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 부재가 아니라 기업의 공시 선택 문제"라며 "투자자는 이를 재무 리스크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와 기아는 철강 탄소집약도, 조달 비중, 산정 방법론을 공개해 투자자가 실제 비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