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축구계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축구의 영혼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UEFA은 FIFA 산하의 대륙별 축구 연맹으로, 유럽 국가들의 축구를 관장하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주요 대회를 주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7월19일(현지시각)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회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함께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FIFA는 29일(현지시각) 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상업적 권리와 남녀·유소년 축구를 포함한 각종 대회 관련 사업을 하나로 묶는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IFA Forward Enterprise·FFE)'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새 법인은 중계권, 스폰서십, 티켓 판매, 라이선스 등 FIFA가 보유한 상업 영역을 전담하게 된다.
앞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전날인 29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새로운 상업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통해 월드컵 등 FIFA 주관 대회의 상업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처음 보도했다.
FFE는 올해 말까지 최대 42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이는 200억 달러(약 28조 원)의 초기 기업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하며, 장기 투자자를 선정해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FIFA는 FFE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을 전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발표에서 "상업 부문은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사업 구조로 운영되고, 그 가치는 전 세계 축구에 더 공정하게 공유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모든 FIFA 회원협회는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에 접근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는 전 세계 축구의 민주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FFE 설립 추진을 표현안 일러스트레이션. 인판티노 회장의 실루엣과 'FIFA's $20B Enterprise(피파의 200억 달러 규모 사업)'라는 문구, 상승하는 주가 그래프가 담겨있다. ⓒ로이터/연합뉴스
FIFA는 이를 통해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의 추가 배분금을 마련해 FIFA 산하 211개 회원 축구협회에 다시 분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투자자 그룹 구성은 조슈아 쿠슈너가 이끄는 '트라이브 이터널(Thrive Eternal)'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슈아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다.
FIFA는 전 세계 211개 회원국 축구협회로 구성된 스위스 기반 비영리 단체다. FFE 출범은 FIFA의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FIFA 회원협회 과반수의 지지와 FIFA 평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시행된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9일 소셜미디어 엑스 계정에 성명을 올렸다. ⓒ유럽축구연맹 공식 엑스 계정
FIFA의 계획이 공개되자 UEFA는 즉각 반발했다. UEFA는 29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는 축구를 관리하는 기관들이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 일"이라며 "리그, 클럽, 선수, 팬, 정부 등 축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해관계자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UEFA는 이어 "축구의 영혼과 운영 체계는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며 "특히 누가 재정적 이익을 얻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누구도 축구의 소유자가 아니다. FIFA가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UEFA는 FIFA가 축구의 상업적 권한을 특정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FIFA는 새로운 투자 구조를 통해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전 세계 축구 생태계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논란은 세계 축구의 운영 권한과 미래 방향을 둘러싼 FIFA와 유럽 축구계의 힘겨루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