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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지켜야 할 규칙 가운데는 잘 알려져 있고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 있다. 안전벨트를 매고, 이착륙 시 테이블을 접고, 좌석 등받이를 세우라는 지시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이미 몸에 배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창문 덮개에 관한 규칙은 들쭉날쭉해 보여 승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승무원이 덮개를 닫으라고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열어 두라고 할 때도 있다. 아예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는 항공편도 많다.

[허프 US] 비행기 '창문 덮개' 열거나 닫으라는 승무원 지시 : 열린 창문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비행기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어 두면 승무원과 승객이 엔진 화재나 연기 등 기체 외부의 이상 징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AI 이미지.

온라인 여행 예약업체 '페어포털'의 공급·수익 총괄책임자인 유브라지 다타는 허프포스트에 "세계 여러 지역의 항공사는 운항 절차에 따라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어 두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업계에서도 모범적 관행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과 승객이 열린 창문을 통해 불이나 연기, 잔해, 물 등 외부의 위험 요소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측면에서 보면 이륙과 착륙은 비행 중 가장 위험한 단계다. 보잉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 사고 가운데 약 70%가 이륙과 초기 상승, 최종 착륙 접근 및 착륙 과정에서 일어난다.

수석 객실승무원이자 여행 플랫폼 '어 플라이 가이 트래블스'를 설립한 제이 로버트는 비상 상황에서 외부를 볼 수 있는 시야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버트는 "비상 경보가 내려지면 승무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비상구를 열기 전 외부 상황을 살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출입문에 달린 창은 대부분 매우 작아 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객실승무원은 승객 좌석의 창문을 이용해 항공기 주변을 살피도록 훈련받는다. 가령 내가 객실 앞쪽에서 근무하다 대피 준비 지시를 받았다면 승객 좌석의 창문으로 뒤쪽 엔진을 살펴 불이나 연기가 났는지, 연료가 새는지, 엔진이 아직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비상구가 위험하거나 바깥쪽이 장애물로 막혀 있다고 판단되면 승무원은 해당 출구를 폐쇄하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비상구로 유도한다.

전직 항공사 조종사이자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아너스 칼리지 교수인 댄 버브는 "비행기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며 "승무원이 창밖을 보고 화재를 확인할 수 있어야 승객들을 모두 왼쪽으로 대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프 US] 비행기 '창문 덮개' 열거나 닫으라는 승무원 지시 : 열린 창문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 열린 창문은 승무원이 화재 위치와 외부 장애물을 확인해 승객들을 안전한 비상구로 유도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다. AI 생성 이미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승객들의 눈을 외부 밝기에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애트모스피어 리서치 그룹의 사장이자 항공산업 분석가인 헨리 하트벨트는 "착륙할 때 켜져 있던 객실 조명이 비상 상황에서 꺼지더라도 창문 덮개가 열려 있으면 승객들의 눈이 기체 바깥의 '자연광'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승객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날개 위 비상구나 객실 출입문 주변에 앉은 승객에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밤에는 창문 덮개를 열어 두는 것이 더욱 유용하다.

버브는 "야간에 대피해야 할 때 창문 덮개가 열려 있으면 눈이 이미 어둠에 적응한 상태다"라며 "밖으로 나간 뒤 어둠에 적응할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대피 도중 다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비행 중 객실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로버트는 "밤에 출발할 때는 객실 조명을 낮추고 낮에 출발할 때는 밝게 해 기내 밝기를 외부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대피해야 할 때 날개 위 비상구를 열 승객이 외부 상황을 살펴야 한다면 눈이 이미 바깥 밝기에 적응해 있어 위험 요소를 훨씬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창문 덮개를 열고 닫는 데는 안전뿐 아니라 승객의 편의를 위한 이유도 있다.

승객은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공 안전에 직접 기여할 수도 있다.

로버트는 "승객이 기체 밖의 연기나 연료 누출, 파손 등 이상 징후를 먼저 발견해 곧바로 승무원에게 알린 덕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에어어드바이저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안톤 라드첸코도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면 항공기 외부를 살피는 눈이 그만큼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륙을 위해 기수를 들어 올리는 순간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계기판에 이상이 표시되기 전에 창가 승객이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승무원은 객실 안에서 기체 외부를 살필 수 없다. 이착륙 단계에서는 승객도 자신이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비행기의 상황 인식 체계에서 한몫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창문 덮개를 여는 것은 기내에서 밖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기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위험도가 높은 순간에 창문 덮개를 열어 두면 지상 인력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로버트는 "창문 덮개가 열려 있으면 소방관과 구조대원이 항공기 밖에서 객실 상황을 살펴 연기나 화재, 부상자를 더욱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고 위험이 가장 큰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어 두라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비행기가 고도에 오른 뒤에는 왜 덮개를 닫으라고 하는 걸까?

하트벨트는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고 승객들이 잠을 자거나 쉬거나 영화와 각종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장시간 비행에서는 일부 항공사가 창문 덮개를 닫아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은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창가 승객이 원한다면 순항 중 덮개를 열어 둘 수 있다. 이 문제로 옆자리 승객과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로버트는 "창문 덮개를 닫으면 직사광선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줄여 객실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영상 화면에 빛이 반사되는 것도 줄이고, 잠을 자려는 승객에게는 더 어둡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 지상에서 출발이 지연된 경험이 있는 승객이라면 기내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허프 US] 비행기 '창문 덮개' 열거나 닫으라는 승무원 지시 : 열린 창문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비행기 순항 중 창문 덮개를 닫으면 직사광선으로 인한 열과 화면의 눈부심을 줄이고, 수면과 휴식에 적합한 객실 환경을 만들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델타항공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에 "델타항공 승무원은 특히 더운 여름철에 승객들이 내리기 전 창문 덮개를 내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가 탑승구에 서 있으면 직사광선으로 객실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덮개를 닫으면 항공기 전원이 꺼져 있거나 다음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객실을 더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 냉방 장치에 걸리는 부담도 줄어 다음 승객들이 더욱 쾌적하게 탑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공식 규정이 아니라 날씨와 공항 상황을 고려한 "통상적인 운항상 배려"라고 델타항공 측은 밝혔다. 항공기에 어떤 기능이 탑재돼 있느냐에 따라서도 창문 덮개 운용 방식이 달라진다.

로버트는 "많은 항공사가 장거리 노선에서 시차 적응을 돕기 위한 정교한 객실 조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신 항공기에는 승객의 생체리듬에 맞춰 비행 중 밝기와 색이 서서히 바뀌는 첨단 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설치돼 있다. 특정 시간대에 창문 덮개를 닫아 두면 이 조명 프로그램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이 흔히 경험하듯 창문 덮개에 관한 방침은 항공사와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항공편이 바뀔 때마다 규칙도 달라지는 듯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로버트는 "미국과 중동에서 일한 뒤 현재 유럽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항공사가 일부 기내 절차에서 유럽 항공사보다 승객에게 더 많은 재량을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항공사에서 유럽 항공사로 갈아탄 승객이 '직전 비행기에서는 해도 된다고 했다'며 승무원의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은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라는 지시와 순항 중 덮개를 닫으라는 요청을 같은 규칙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라드첸코는 "비행 도중 창문 덮개를 닫는 것은 안전이 아니라 쾌적함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은 이 두 지시를 자주 혼동한다. 이 때문에 이륙할 때 덮개를 열라는 지시에 승무원이 많은 반발을 받는다. 두 지시의 근거는 전혀 다를 수 있는데도 승객들은 모두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 갈등은 거의 언제나 같은 간극에서 생긴다. 승객은 아무 근거 없이 내린 지시라고 생각하지만, 출발 전 점검 사항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승무원에게는 그 운항상 이유까지 일일이 설명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객들이 창문 덮개를 여는 진짜 목적을 알게 되면 이런 반발도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로버트는 미국의 많은 항공사에서 이착륙 때 창문 덮개를 열라는 안내가 엄격한 안전 규정이라기보다 '권고 사항'처럼 취급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항공사를 타면서 창문 덮개가 닫힌 상태로 이륙하거나 착륙한 적이 많다"며 "반면 미국 밖에서는 항공사가 이착륙 때 덮개를 열도록 의무화한 경우가 훨씬 흔하다"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창문 덮개에 관한 규정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미국 민간 항공업계는 이 문제에 더 느슨하다. 미국 연방항공청도 이착륙 때 덮개를 열도록 의무화하지 않는다. 다만 승무원은 승객, 특히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이착륙이나 그 밖의 중요한 순간에는 덮개를 올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규칙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은 항공 전문가들에게도 불만거리다.

버브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솔직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들이 좀 더 일관된 규칙을 적용했으면 좋겠다. 또 비행기가 실제로 언제 활주로에 닿는지 볼 수 있으면 좋다. 그래야 착륙 충격이 클 것에 대비해 몸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도록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문 덮개를 열어 두는 것을 좋아하든 닫는 것을 좋아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승무원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다.

로버트는 "한 항공사에서 허용됐던 행동이라고 해서 다른 항공사에서도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객실승무원은 자기 마음대로 규칙을 만들거나 승객을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안전 절차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수십 년간 이뤄진 사고 조사와 인증 시험, 연구와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목적은 단 하나, 탑승자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에티하드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현재 전용기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는 폴라 애덤스는 기내 안전을 책임지도록 훈련받은 전문가와 연구 결과에 기반한 항공사의 절차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덤스는 이를 간단히 설명했다. "승무원이 창문 덮개를 열거나 닫아 달라고 한다면 당장 이유를 알 수 없더라도 대개는 실질적인 근거가 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강서원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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