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점심 메뉴판이 달라지고 있다. 점심 한 끼에 커피까지 더하면 2만 원에 육박한다. 한때 생일이나 가족 모임 때 찾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제 평일 점심의 '가성비 외식'으로 주목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가 지난 8일 수원 갤러리아 광교점에 고품격 스테이크와 건강하고 신선한 프레시 테이블의 경쟁력을 강화한 ‘그릴 다이닝(Grill Dining)’ 매장을 열었다. ⓒCJ푸드빌
패밀리레스토랑의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외식 문화가 자리 잡고 해외 브랜드가 잇달아 들어오면서 빕스와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등은 '특별한 날 외식'의 상징이 됐다. 생일이나 졸업식, 가족 모임처럼 기념일에 찾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의 부활은 당시와 배경이 다르다. 과거에는 소득 증가가 외식 수요를 키웠다면, 지금은 고물가가 소비 기준을 바꿨다. 한 끼 식사와 커피를 각각 사 먹는 비용이 패밀리레스토랑 런치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비싸다'는 인식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외식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비용으로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식사와 디저트, 대화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체류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도 다시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 규모가 2023년 8961억 원에서 지난해 1조817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1조1742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동안 정체됐던 시장이 다시 1조 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주요 외식 브랜드들의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슐리퀸즈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매출 5685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20.8%, 41% 증가했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08억 원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처음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외식 사업 매출은 2021년 1338억 원에서 지난해 2618억 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외식업계는 이번 뷔페 인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장 저렴한 식사를 찾기보다 같은 비용으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외식을 선택하는 '가성비'에서 '가심비' 중심의 소비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식업체들도 가격 경쟁보다 메뉴 다양화와 체험 요소, 공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한 출점 확대와도 맞물린다. 복합쇼핑몰은 외식업체에는 안정적으로 고객 유입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채널로, 유통업체에는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 쇼핑 등 추가 소비를 이끌어내는 집객 콘텐츠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
이랜드이츠는 애슐리퀸즈를 앞세워 공격적 출점에 나서고 있다. 애슐리퀸즈는 올해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열었으며, 연말까지 매장 수를 지난해 기준 115개에서 150개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권별 맞춤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성수점에는 와인·맥주 무제한 서비스를 도입했고, 주거 밀집 지역에는 평일과 주말 모두 1만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매장을 선보이며 고객 특성에 맞는 매장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CJ푸드빌도 빕스를 중심으로 핵심 상권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빕스는 6개 매장을 새로 열었고, 이 가운데 2곳은 기존 점포를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입지로 옮기는 리로케이션 전략을 적용했다. 올해는 수원 갤러리아 광교점을 신규 신규 출점 했다. CJ푸드빌은 수도권과 주요 거점 도시의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빕스 출점을 이어갈 방침을 마련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문화, 여가를 함께 즐기려는 가족 단위 고객과 모임 고객의 방문이 잦은 공간으로, 여러 세대와 다양한 취향의 고객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애슐리퀸즈의 특성과 잘 맞는다"며 "애슐리퀸즈와 같은 대형 외식 콘텐츠는 고객의 방문과 체류를 유도할 수 있어 유통시설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