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코스피에 상장한 본주에 견줘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외신에서 나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2026년 7월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열린 회사 기업공개(IPO) 당일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현지시각) "반도체 및 메모리 회사 SK하이닉스 ADR의 가격이 상장한 다음 한국 본주와 비교해서 16~51% 치솟았다"며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증권사를 찾는 대신 뉴욕에서 편리하게 주식을 사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한국 주식을 대신해 달러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주식 대체 증권인 ADR 형태로 상장했다. 이 ADR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지며, 간단한 절차로 한국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리미엄이 커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 상장 ADR을 한국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규제로 인한 제약 때문에 한국 주식을 미국 상장 ADR로 변환하기는 어렵고 회사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라며 "한국과 미국 주식 사이 안전한 차익 거래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저렴한 본주를 매수해 ADR로 전환하고 프리미엄이 매겨진 뉴욕에서 판매하는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면 큰 가격 격차가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 SK하이닉스 본주 주가가 상승해 프리미엄이 줄어든다면 ADR 매수자는 손해를 보지 않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만약 회사가 미국 주식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면 ADR 매수자들은 손해를 볼 것이다"라며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주가가 폭락해서 프리미엄이 줄면 손해는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ADR은 한국 본주보다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DR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존재해 주식을 매도할 때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매도가액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지만 미국에는 증권거래세가 없고 △한국보다 미국의 거래 비용과 보관료가 더 저렴하며 △ADR은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자들과 달리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다만 이번 SK하이닉스의 ADR 프리미엄은 과도한 수준이고 반도체 주식, 특히 메모리 칩 주식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라도 매수하려는 미국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K하이닉스의 ADR 프리미엄 규모는 한국이 두려움에 의한 매수 심리가 강한 나라임에도 미국에서 반도체 주식 거래에 대한 수요가 한국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세계적 금융 서비스 기업 UBS의 현금흐름 중심으로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HOLT 가치평가 모델에 따르면 동일 조건을 비교했을 때 미국 기술주, 특히 반도체 관련 주식의 가치평가가 아시아 기술주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보다 앞서 뉴욕증시에 ADR을 상장한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ADR 프리미엄은 2008년과 2009년 대만 주식 시장이 ADR보다 훨씬 더 크게 하락하며 20% 이상에 달했다. 2010~2020년에는 평균 3.2%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변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AI 수요 증가 이후 상승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이후에는 평균 15%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서도 "미국 투자자들이 대만 투자자들보다 반도체주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