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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새 대표로 '가전 전문가' 대신 '플랫폼 전문가'가 선택됐다.

단순한 최고경영자(CEO) 교체라기보다 침체된 가전 유통사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플랫폼 전문가 선택됐다 : 대표 내정 김종윤 '가전 판매' 넘어 케어·구독 포괄하는 '서비스 플랫폼' 추진
김종윤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내정자는 야놀자에서 플랫폼 사업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판매 중심의 가전 양판업을 '평생 케어' 기반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4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종윤 대표이사 부사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김 내정자는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 전면에 나선다.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김 내정자가 가전이나 유통업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구글코리아와 맥킨지앤드컴퍼니를 거쳐 2015년 야놀자에 합류한 뒤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사업책임자(CBO), 야놀자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플랫폼과 AI, 데이터 기반 사업을 키운 인물이다.

롯데그룹이 이러한 이력을 가진 외부 인사를 선택한 것은 현재 롯데하이마트가 직면한 문제가 단순히 판매 부진이 아니라 사업모델 자체의 한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가전 양판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과 설치 서비스까지 앞세우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의 자체 유통망까지 확대되면서 기존 오프라인 양판점의 가격 경쟁력과 고객 접점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실적도 녹록치 않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1분기 매출 4969억 원, 영업손실 148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는 외부 환경과 고마진 상품군 판매 부진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요인으로 꼽았다. 증권업계는 2분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구조적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 업황 침체도 부담이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가전 판매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전 산업 회복이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가 비중이 높은 대형가전이 입주물량 및 이사수요 감소로 판매가 부진하고 백화점 이외 채널 수요도 감소하면서 당분간은 실적 기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내정자의 역할이 단순히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을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가전 유통 방식을 바꾸는 것이 새 대표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는 제품 판매가 아닌 서비스 영역을 기반으로 고객 락인(Lock-in)을 구축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별화 사업모델을 구축하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가 야놀자에서 보여준 경쟁력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그는 숙박 예약 플랫폼 확대에 머물지 않고 AI와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호텔 운영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며 사업 영역을 글로벌 B2B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데이터 기반 운영과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그의 대표적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최근 평생 케어와 PB(자체브랜드), 매장 리뉴얼, 이커머스를 4대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기존 판매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전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치와 이전 설치, 수리, 클리닝, 연장보증, 구독, 중고 보상판매(리유즈) 등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사 판매 제품뿐 아니라 구매처와 관계없이 서비스 대상 품목이면 이전 설치나 클리닝 등을 제공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전국 296개 오프라인 매장도 판매 공간을 넘어 상담과 수리 접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련 사업 매출 비중도 지난해 38%에서 올해 4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국 김 내정자의 과제는 이러한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해 고객이 가전 사용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는 '가전 종합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전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서비스 접점을 만들고, 제품 판매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사업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롯데온과 롯데멤버스, 롯데카드 등 그룹의 데이터 자산을 연결해 고객 경험을 통합한다면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김 내정자는 플랫폼 사업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가전 제조사와의 협상과 재고 운영, 오프라인 매장 관리 등 양판업 특유의 사업 경험은 없다. AI와 데이터 기반 경영이 실제 현장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조직 변화와 실행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낼 수 있을지가 김종윤 체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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