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최초로 원청 단체교섭에 나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두 번째 본교섭에서도 기본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배송 수수료를 원청 교섭 의제로 포함할지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4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원청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원청 교섭 대상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기본협약 체결을 다음 교섭으로 미뤘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24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2차 본교섭은 교섭 의제를 둘러싼 이견을 확인한 채 종료됐다. 교섭 주기와 교섭위원 구성 등 실무적 사항은 대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핵심 의제를 놓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교섭 운영의 기준이 되는 기본협약 체결도 미뤄졌다.
택배노조는 원청 교섭의 핵심 의제로 배송 수수료와 급지 체계, 주 5일제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배송 수수료는 대리점과의 계약에 따라 결정되지만, 산정의 기준이 되는 택배 단가와 급지 체계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호 택배노조 롯데본부장은 "배송 수수료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기본급이 없는 택배기사에게 사실상 유일한 임금"이라며 "단순히 수수료를 10원, 20원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급 방식과 산정 기준, 체계 전반을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교섭이 개정 노동조합법 취지에 맞는 첫 원청 교섭인 만큼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노동조건은 교섭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배송 수수료와 주5일제, 간선차 배차시간 등은 과거 CJ대한통운 원청 교섭 과정에서도 노동위원회와 법원 판단을 통해 원청 교섭 대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배송 수수료와 관련해 대리점과의 계약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개별 택배기사와 계약을 통해 배송 수수료를 정하는 구조인 만큼 대리점을 배제한 채 원청과의 교섭만으로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배송 수수료 등 핵심 의제를 원청 교섭 대상으로 포함할지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기본협약 체결도 다음 교섭으로 미뤄졌다.
다만 기본협약 체결이 불발됐다고 해서 교섭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는 교섭 주기와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본교섭은 오는 8월13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교섭은 사실상 법이 개정된 뒤 처음으로 구체화한 택배업계 원청 교섭이라는 점에서 다른 택배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조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사례가 향후 다른 민간 택배사의 원청 교섭 범위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