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또다시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미국의 감시 기준치를 계속해서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한국이 부당한 무역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확대 조치에 대해서는 시장 유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5월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미국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23일 연방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번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이다. 모두 직전 반기 보고서 명단과 동일하다.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른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요건은 3가지다. 대미 무역 흑자 15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12개월 중 8개월 이상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초과할 경우다.
이 가운데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며, 2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이 중 2가지 요건에 해당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2024년 11월 다시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이후 이번까지 4회 연속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평가 대상 기간 중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태국과 싱가포르, 스위스는 단 1개의 요건만 충족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들 국가가 다음 보고서에서도 2개 미만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지속적 절하 압력을 받아왔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혁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당국은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일본을 향해 평가 기간 내 외환시장 개입 조치를 단행하지 않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을 향해서는 환율 정책 및 외환 관행에서 다른 주요 교역국에 비해 투명성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