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이 상반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때 '오픈런' 열풍을 이끌었던 수입 위스키 시장은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에 직면했지만, 소비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이볼과 RTD, 한정판, 체험형 콘텐츠로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시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바앤스피릿쇼'에 참가해 일본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 '후지(FUJI) 위스키' 부스를 운영한다. 사진은 하이트진로의 '후지(FUJI) 위스키' 부스. ⓒ하이트진로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조니워커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발렌타인과 로열살루트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골든블루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회식과 접대 문화가 줄고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존 수입 위스키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이 마시는 술'에서 '가볍게 즐기는 술'로 음주 문화가 바뀌고 있다.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일상적 음주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1만~3만 원대 위스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하이볼처럼 캔만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주류 제품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오비맥주가 캐나다 RTD 브랜드 '뉴트럴(NÜTRL)'을 국내에 선보인 것도 이러한 소비 흐름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특별한 날에는 프리미엄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중간 가격대 제품의 존재감은 줄어든 반면, 한정판과 희귀 원액을 앞세운 초프리미엄 위스키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의 '김창수 위스키 연꽃 50도', 이마트24의 '김창수 위스키 셀레스티얼 시리즈' 등 생산량을 제한한 제품들은 출시 직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위스키업계의 경쟁도 달라졌다. 이제는 술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함께 판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글렌모렌지와 디저트 페어링을 결합한 팝업을 운영하며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고, 하이트진로는 '후지(FUJI) 위스키'를 앞세워 시음 행사와 마스터클래스를 열며 브랜드 스토리와 제조 철학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글로벌 주류업체들은 50mL, 100mL 등 소용량 위스키와 데킬라를 잇달아 출시하며 가격 부담은 낮추고 프리미엄 경험의 문턱은 낮추고 있다. 비싼 술 한 병을 구매하기보다 한 잔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려는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위스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국내 싱글몰트 브랜드 기원(Ki One)은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 경연대회(SFWSC) 결선에 3개 제품을 올리며 K위스키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소비하는 시장을 넘어 한국 위스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위스키 시장은 저가 제품과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요가 갈리는 양극화 현상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의 양극화에 더해 소비 방식의 세분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술을 판매하느냐보다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브랜드를 접하고, 특별한 순간에는 차별화 가치를 느끼게 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