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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미래에셋 글로벌 투자 플랫폼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달 홍콩에서 한 말이다. 1958년생, 67세의 창업주가 다시 한번 '시작'을 말하고 있다. 바로 미래에셋그룹의 세 번째 비전, 미래에셋 3.0이다.

박 회장이 그리는 미래에셋 3.0 구상의 핵심은 초거대 금융플랫폼이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든 고객이 미래에셋 플랫폼 하나로 투자하고, 자산을 관리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이 제시한 목표다.

다만 목표에 이르기까지 난관은 적지 않다. 박 회장과 방향이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는 국내, 글로벌 경쟁자들이 산적해 있는 데다가 규제 환경 역시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0은 뮤추얼펀드로, 2.0은 증권으로 '완성'돼 이미 시장의 평가를 받았지만, 3.0은 박 회장의 말처럼 이제 '시작'인 상황에서 시장은 미래에셋 3.0의 실행 속도와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허프 사람&말] 박현주의 '미래에셋3.0 핵심' 초거대금융플랫폼 구상 실행단계로 : 글로벌 경쟁·규제 환경 살펴야 하는 이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리는 미래에셋그룹의 세 번째 비전, 미래에셋 3.0이 선언 단계에서 나아가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

◆ 코빗 인수는 3.0의 '입장권', M&A로 그룹 키워온 박현주의 이유 있는 '4위' 선택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박 회장의 3.0 구상도 선언 단계를 벗어나 구체적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1일 정정 공시를 통해 취득이 예정된 코빗 지분을 92.06%에서 97.15%로 높인다고 밝혔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승인한 지 약 10일 만에 나온 추가 인수 공시로, 미래에셋그룹의 속도전 의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거래는 두 차례로 나뉘어 기존 계약분 2690만5842주는 22일, 추가 지분 158만9859주는 24일 인수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미래에셋이 보유하지 않은 코빗 지분은 3%가량만 남는다. 

공정위 승인은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융합 흐름 속에서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코빗의 시장 지배력을 살피면 의문이 남는 딜이기도 하다. 

2025년 거래량 기준 코빗의 시장점유율은 약 0.5%로, 업비트(약 69%), 빗썸(약 28%)에 한참 못 미치는 4위 사업자다. 1400억 원을 들여 점유율 0.5%의, 사실상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거래소를 인수한 셈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인수와 관련해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발행(STO) 등 제도 정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수탁), 실물연계자산(RWA), 디지털 결제·보관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코빗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 가상자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자 지위와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관련 제도가 정비됐을 때 신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즉 코빗 인수는 ‘완성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열릴 디지털자산 제도권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을 구매한 것에 가까운 셈이다.

이런 '입장권 구매' 방식은 박 회장이 예전부터 보여줬던 사업 확장 문법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2004년 투신권 구조조정 국면에서 매물로 나왔던 세종투자신탁운용과 SK투자신탁운용을 인수해 자산운용 몸집을 키웠다. 세종투자신탁운용은 동서투자자문-동서투신 계열이 이름을 바꾼 중소형 운용사였고, SK투자신탁운용은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투신권 신뢰가 무너지던 구조조정 국면에 나온 매물이다. 

2005년에는 시장점유율 2.5%로 업계 7~8위권에 머물며 경영난에 빠져있던 SK생명을 인수해 미래에셋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보험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 미래에셋3.0의 핵심은 '금융판 아마존', 3개 축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박 회장이 그리는 3.0의 최종 형태는 초거대 금융플랫폼이다. 설계도는 이미 본인 입으로 제시됐다. ETF를 핵심 상품 동력으로, 증권 플랫폼을 고객 접점으로, AI와 토큰화를 미래 금융 인프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이 지향하는 최종 그림은 국경과 자산 유형의 경계가 없는 단일 투자 생태계다. 국가와 자산 유형의 구분 없이 다양한 투자 자산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로, 주식과 채권, ETF, 나아가 코인과 토큰증권까지 하나의 앱에서 거래되는 '금융판 아마존'에 가까운 구상이다.

첫 번째 기둥인 상품은 이미 갖춰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ETF 순자산 428조원을 돌파하며 ETF 순자산 기준 세계 11위 ETF 운용사로 성장했다. 3.0은 맨땅에서 시작했던 1.0, 2.0과 달리 이 기반 위에 얹는 구상인 셈이다.

두 번째 기둥인 고객 접점의 단초는 6월 말 공개된 MAPS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각국에서 개별 운영하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MAPS 플랫폼으로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MAPS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상품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통합 투자 플랫폼이다. 국내 증권사가 자체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계획도 세워뒀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든’ 미래에셋그룹의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게 만들겠다는 박 회장의 이야기가 현실에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기둥인 인프라는 올해 상반기 내내 착실히 쌓여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4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받았다. 6월에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MAPS 플랫폼이 출시됐으며 7월에는 코빗 인수가 공정위의 승인을 받았다. 넉 달 사이 해외 라이선스, 통합 플랫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가 차례로 진행된 것이다.

◆ 3.0 완성의 관건은 미래에셋 '밖'에 있다, 규제·경쟁 환경이 최대 변수

리스크는 외부 변수다. 박 회장이 그리고 있는 설계도의 상당 부분이 미래에셋 바깥의 상황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장 커다란 외부 변수는 규제다. 애초에 코빗 인수 주체가 미래에셋증권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닌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인 것부터가 규제의 산물이다. 금융권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직접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 때문에 비금융 계열사를 인수 주체로 내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기조는 금가분리 완화에 찍혀있지만, 완화의 시점이나 폭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5월 "금가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대응 조치의 일환"이라며 "바뀐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 신호가 나온 것은 없다. 

한쪽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가 승인된 것 자체가 금가분리 완화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딜이 금가분리 원칙을 우회한 인수라는 점에서 아직 완화 기조가 구체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분 구조 자체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지분 상한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아직 확정된 규제는 아니지만,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보유 구조는 향후 제도 정비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에 97%까지 끌어올린 지분이 입법 방향에 따라서는 되팔아야 할 지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경쟁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삼성증권도 두나무 지분을 확보했다. 증권사 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 파이낸셜을 통해 아예 두나무를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 역시 가상자산, 증권, 예금 등 모든 포트폴리오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종합 금융 시스템을 내걸고 두나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일본 SBI홀딩스가 비트뱅크를 인수했고, 미국 로빈후드는 유럽 최대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며 증권과 가상자산을 함께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이미 구축했다.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 3.0과 비슷한 방향의 시도들이 국내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통합 금융 플랫폼이라는 구상 자체는 글로벌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제도 정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하루빨리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에게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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