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보다 많았다. 법안은 부결됐지만 외신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던 민주당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대인 종파 네투레이 카르타가 2026년 6월24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에서 외교 예산안 심의 관련해 이스라엘에게 33억 달러(약 4조8800억 원) 규모의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전액 삭감한다는 법안이 찬성 104표, 반대 314표, 기권 10표로 부결됐다.
그런데 이 중 민주당 의원 103명이 원조 중단에 찬성했고 98명이 반대했으며, 10명이 기권했다. 2024년 비슷한 내용의 법안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은 37명에 불과했는데 2년 사이 약 2.8배로 증가한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유일하게 법안 발의자인 토마스 매시 의원이 찬성에 투표했다.
이번 투표로 민주당 내에서 이스라엘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차가 분명하게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반대하는 의원보다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이 더 많았으며, 인도적 지원 삭감에는 반대하면서도 군사적 지원 중단을 위해 찬성표를 던진 의원도 다수 있었다"며 "이스라엘 지지를 둘러싼 민주당 내 심각한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은 주로 이스라엘 정부가 저지른 학살에 관련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15일 하원 본회의에서 "어떻게 자기 방어의 목적으로 주택가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친이스라엘파로 여겨졌던 세스 몰턴 민주당 하원의원도 모든 원조 삭감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성명서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행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의 도덕적 양심과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분열이 발생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민주당 내 서열 3위인 피트 아길라르 하원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캐서린 클라크 민주당 원내총무는 찬성표를 던졌다.
클라크 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찬성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 변화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스라엘에 관한 태도가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 내 진보 조직인 콩그레셔널 프로그레시브 코커스 의장인 그레그 카사르 하원의원이 다른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이스라엘 군사비 지원에 사용되는 것을 중단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적혀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실제로 이스라엘 지원 반대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시에나대학의 시에나연구소와 함께 지난 5월 150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라고 응답한 사람의 74%가 이스라엘에 추가적 경제 및 군사 지원을 반대했고, 심지어는 전연령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지원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중도좌파 로비 단체인 J스트리트의 제레미 벤-아미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표 결과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며 "미국 정치에서 이스라엘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던 시대는 끝났고 새로운 논의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관련 민주당 내 여론 변화에 관련해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정책 문제에 대한 여론이 가장 빠르게 180도 바뀐 사례일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한편 법안을 발의한 매시 의원은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스라엘에 보내는 돈이 미국 내 노숙자 참전 용사 지원금보다 많다"며 "미국 정부에게서 가장 많은 복지 혜택을 받는 건 국민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며 이를 중단해서 이스라엘에게 다이어트를 시켜야 한다"고 덧붙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