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다는 이 한마디에는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담겨 있다. 폭격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제 무너진 건물 잔해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족이 2026년 7월12일 가자지구 남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집 옆에 서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4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알자지라는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곳곳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는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수천 구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24년 5월 기준 잔해 아래 묻힌 사람이 1만 명 이상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자지구 민방위 홍보·미디어 담당 책임자인 압둘라알 마즈달라위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사람의 뼈 서너 개만 손에 쥐고, 아들딸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에게 건네줄 때”라며 “가족들은 때때로 우리에게 묻어줄 수 있는 뼈라도 가져다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유족들은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 채 깊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 장비와 중장비 부족으로 잔해 속 시신 수습 작업이 지연되면서, 일부에서는 모든 시신을 찾아내는 데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신 수습이 늦어질수록 또 다른 비극이 이어진다. 유해의 자연 부패가 진행되는 데다 법의학과 DNA 분석 역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신원 확인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끝나지 않는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떠안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26년 7월1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알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주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은 이번달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유엔뉴스를 통해 가자지구의 잔해 제거 작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중장비 반입 제한과 잔해 속 불발탄 위험으로 수백만 톤에 달하는 폐허를 치우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희생자 유해에 접근하고 수습하는 과정도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는 불발탄뿐 아니라 석면 등 유해 물질까지 남아 있어 민간 구조대원과 활동가들은 목숨을 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이 남긴 폐허의 규모는 가자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다. 유엔·유럽연합·세계은행의 ‘가자 피해·복구 필요성 평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7만1천여 채의 주택이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멈추지 않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상황을 두고 “공습이 매일 계속되고 있으며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약 190만 명이 국내실향민이 됐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90%에 해당한다. 이들 상당수는 안전한 곳을 찾아 여러 차례 피란을 반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격을 피해 거처를 옮겨 다니는 사이, 수많은 주민들은 삶의 터전뿐 아니라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고통에 놓였다.
2026년 7월1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어린이 무아타즈 아부 샤르의 장례식에서 한 어린이가 흐느끼고 있다. 샤르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의 상처는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유니세프는 2024년 초 기준 가자지구에서 약 1만7천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거나 보호자와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전쟁은 사람의 목숨뿐 아니라 전쟁의 생존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마지막 순간마저 빼앗고 있다. 가자지구의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는 아직 수많은 가족의 이름과 기억이 남아 있다. 멈추지 않는 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영혼까지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