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참석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각을 세웠다.
정부가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전월세 안정을 우선 의제로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성공 두드림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이 14일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배석자로 참석한다고 13일 서울시가 밝혔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자 5선 당선 이후 첫 참석이다. 서울시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회의에 배석할 수 있다. 다만 의결권은 없다.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대통령실에 별도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부동산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호흡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를 이틀 앞둔 12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다뤄야 할 의제를 미리 제시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집값과 전월세가가 함께 치솟는 현실"이라며 토론회가 세금 논의보다 공급과 전월세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를 여는 데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논의가 증세에 치우칠 가능성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오 시장은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시로 제시한 토론 의제를 보면 이번 대토론회가 또다시 '누구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킬 것인가'에 논의가 집중되는 자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부터 16일까지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진행한 뒤, 23일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은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까지 가로막아 주택 공급을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12일 페이스북에서 "재건축·재개발은 집을 새로 더 많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공급 대책"이라며 "정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대출 규제 등 현실적인 걸림돌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반드시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주택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까지 확대하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오 시장은 전월세 시장 안정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그는 같은 글에서 수도권의 매매가격과 전세·월세 가격이 함께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상승'을 언급하며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당장 안정적으로 들어가 살 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부동산은 선거의 향방까지 좌우하는 민감한 현안이다. 부동산 민심은 오 시장이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오른 배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오 시장은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의 구청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고도 시장 선거에서는 승리했다. 강남 3구와 목동·여의도·흑석·고덕 등 정비사업 지역이 몰린 '한강벨트'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