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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꽃의 이름을 가진 지하 감옥이 있다. 

이스라엘 지하 구금시설 ‘라케페트(히브리어로 시클라멘이라는 꽃)’는 햇빛 한줌 들지 않는다. 그곳의 짙은 어둠 속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고문을 당하고 장기간 구금됐다. 라케페트가 최근 40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햇빛 한줌 없는 이스라엘 지하 감옥 '라케페트' 다시 열었다 : 팔레스타인 의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이스라엘 군인들이 2026년 6월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툴카렘 동쪽에 위치한 누르 샴스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몸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라믈라 지역 니찬 교도소 단지 내 지하 구금 시설 '라케페트'가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강력범 수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시설은 비인도적 구금 환경이라는 비판 속에 폐쇄됐지만,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의 지시로 되살아났다. 벤그비르 장관은 평소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이다.

햇빛 한줌 없는 이스라엘 지하 감옥 '라케페트' 다시 열었다 : 팔레스타인 의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5월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억류된 구호 활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사진)을 올렸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엑스 계정

이스라엘 고문반대공공위원회(PCATI)가 확보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라케페트에는 약 1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수용돼 있다. 애초 15개의 독방만 갖춘 채 설계된 지하 시설에 인원이 몰리면서 국제 인권단체들은 과밀수용과 열악한 구금 환경을 우려하고 있다.

라케페트에서는 감방뿐만 아니라 변호사 접견실과 좁은 운동 공간까지 모든 시설이 지하에 있다. 수감자들은 수개월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인공조명 아래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지하 감옥의 실상을 알린 인물은 가자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의 병원장이었던 후삼 아부 사피야 박사다.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환자를 지키며 가자 의료진의 상징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사피야 박사는 2024년 12월 말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의 마지막 의료 거점 중 하나였던 카말 아드완 병원을 포위하고 습격 작전을 벌였다. 대피 요구에도 그는 중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병원을 지켰고, 결국 다른 의료진과 환자들과 함께 연행됐다.

나세르 오데 변호사는 지난 7월2일 사피야 박사를 접견한 뒤, 그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똑바로 앉아 있기조차 힘든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피야 박사는 이스라엘 인권의학회(PHRI) 등이 참여한 공동 성명을 통해 "그들이 나를 죽이려고 여기로 데려왔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게 끝이다"라고 호소했다.

사피야 박사는 대법원 화상 심리에 참석한 뒤 교도관들에게 망치와 몽둥이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6월24일 라케페트로 강제 이송된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밝혔다. 

햇빛 한줌 없는 이스라엘 지하 감옥 '라케페트' 다시 열었다 : 팔레스타인 의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2025년 1월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신베트 사무실 앞에서 후삼 아부 사피야 박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후삼 아부 사피야 박사를 석방하라, 가자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측은 사피야 박사가 하마스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제기했지만, 동료 의사들과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를 부인했다. 사피야 박사는 정식 형사기소나 본안 재판 없이 18개월째 구금된 상태다.

이스라엘 당국은 폭행 의혹을 "거짓이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사피야 박사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문제위원회와 팔레스타인수감자협회가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케페트 수감자들은 장시간 무릎을 꿇린 채 구타와 모욕을 당하고 식량·위생용품 부족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고강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디스코(Disco)' 심문과 기저귀 착용을 강요받는 등 가혹행위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햇빛 한줌 없는 이스라엘 지하 감옥 '라케페트' 다시 열었다 : 팔레스타인 의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한 팔레스타인 구금자가 잔인한 방식으로 결박도 있다. 이스라엘 병사가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엑스 계정

현재 라케페트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상당수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불법전투원법'에 따라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단될 경우 정식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이 가능하다. 당국의 판단만으로 구금 기간이 반복 연장될 수 있어 인권단체들은 이 제도가 사실상 장기 구금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햇빛 한줌 없는 이스라엘 지하 감옥 '라케페트' 다시 열었다 : 팔레스타인 의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2026년 7월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현장을 한 팔레스타인인이 살펴보고 있다. 가자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14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다쳤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라케페트는 팔레스타인인이 갇힌 수많은 구금시설 중 하나일 뿐이다. 유엔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이 수감된 이스라엘 내 시설은 17곳 이상이다. 2026년 2월 기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9245명이며, 이 가운데 약 40%는 정식 재판 없이 구금되는 행정구금 상태로 파악됐다.

깊은 땅속에 묻힌 라케페트, 고문과 장기 구금이 반복되는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고 생명의 불빛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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