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첫 상견례를 갖고 공식 교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맞춰 교섭을 요구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택배업계에서 원청과 노조가 공식 교섭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만남의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잘해보자"는 공감대를 확인했고, 향후 교섭 일정 등을 조율하는 수준에서 상견례를 마무리했다. 급지체계나 수수료 문제 등 구체적 쟁점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향후 교섭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리였다.
구체적으로는 교섭 의제와 교섭 주기, 교섭위원 구성 및 처우 등을 담은 기본협약을 논의했다. 오는 24일에는 2차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교섭은 단순한 상견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계약상 대리점 소속인 만큼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협상도 대부분 대리점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급지체계 개편이나 배송정책처럼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원청이 주도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행정구역 변화와 신도시 개발 등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급지체계를 개편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회사는 배송 효율 변화에 맞춘 '급지 현실화'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건당 수수료 인하와 노동강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원청이 정책을 결정하면서도 정작 현장 기사들과는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이 때문에 향후 교섭에서는 급지체계 개편과 수수료 산정 방식이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수수료 수준뿐 아니라 노동조건 변경 과정에서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교섭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상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급지체계와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노사 간 입장 차가 컸던 만큼 본격적인 단체교섭이 협약 체결까지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선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원청 교섭 안건 가운데는 급지 수수료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이 많다"며 "첫 상견례에서는 모두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논의가 시작되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 교섭이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단체교섭이 실제 협약 체결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업계는 이번 교섭 결과가 롯데글로벌로지스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민간 택배사들도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롯데 사례가 향후 원청 교섭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