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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캄보디아 프로축구 무대로 향했다. 앞서 홍 전 감독은 미국으로 떠났고,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임생은 캄보디아행, 홍명보는 미국행, 정몽규는 사임 :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캄보디아 프로축구 구단 나가월드FC가 6일 인스타그램에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기술 총괄 이사로 선임했다고 알리며 그의 사진을 올렸다(왼쪽).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024년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나가FC 인스타그램 계정/연합뉴스

한국 축구를 뒤흔든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끝까지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거나, 절차 논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한 사람은 이제껏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떠나기만 급급하다. 

홍명보 선임 논란 남긴 채 캄보디아행, 나가월드FC 기술총괄로 새 출발

최근 홍명보 전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캄보디아 프로축구단 나가월드 FC는 7월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임생 기술총괄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단은 이 전 이사를 아시아축구연맹(AFC) 프로 디플로마 코칭 강사, AFC 기술위원회 위원, 한국·싱가포르·중국에서 엘리트 지도자 경력을 쌓은 인물로 소개했다. 또 1998 FIFA 월드컵 출전 선수라는 이력과 국가대표팀 및 엘리트 선수 육성 경험도 함께 강조했다.

나가월드FC는 이임생 기술총괄의 영상을 공개하며 "우리 축구의 미래를 만들어갈 인물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임생 기술총괄(Technical Director)의 공식 선임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구단의 모든 축구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기술적 방향성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가대표 골기퍼 출신 김영광은 해당 게시물 댓글에 "이승철 님이 부릅니다. 밖으로 나가 버리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임생은 캄보디아행, 홍명보는 미국행, 정몽규는 사임 :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캄보디아 프로축구 구단 나가월드FC가 6일 인스타그램에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사진)의 소개 영상을 올렸다. ⓒ나가월드FC 인스타그램 계정

이 전 이사는 2020년 수원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약 5년 만에 프로 구단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한국 축구에서는 감독 선임 절차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캄보디아에서는 '축구의 미래를 만들어갈 기술총괄'로 소개된 것이다.

전력강화위 공백 속 이임생에 집중된 권한, '불공정 선임'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이 전 이사는 정해성 전 대학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사실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홍명보 전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절차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약속 자체가 흔들린 사건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2024년 2월 경질된 이후 약 5개월 동안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하며 혼선을 겪었다. 이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2024년 6월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감독 선임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임생 전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2024년 7월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전 이사는 홍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전술'과 '리더십', 'K리그에 대한 높은 이해도', '지도 성과', '9월 월드컵 예선 대비', '선수단 단합', '시간 부족', '국내 체류시간 확보' 등을 꼽았다.

그러나 발표 이후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약 100명의 후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해성 위원장 사퇴 이후 선임 절차를 이어받은 이 전 이사는 유럽에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면접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직접 만났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종 면접과 추천 과정이 이 전 이사 개인에게 집중된 셈이었다.

이 같은 과정은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10월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과도한 특혜가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거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등 외국인 후보 2명과 해외에서 면접을 진행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났고, 이후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추천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면접 과정에 대해 사전 인터뷰 질문지가 없었고, 참관인 없이 기술이사 단독으로 진행됐으며, 4~5시간을 기다린 끝에 늦은 밤 자택 인근에서 면접이 이뤄졌고, 면접 과정에서 국가대표 감독직을 직접 제안·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 감독 선임이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의 서면 결의로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일부 이사들이 정식 이사회 상정을 요구하거나, 서면 결의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취지의 유감을 표명했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이임생은 캄보디아행, 홍명보는 미국행, 정몽규는 사임 :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6월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된 또 하나의 지점은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의 연결고리였다. 정몽규 전 회장,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홍명보 전 감독까지 모두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은 당시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되며 '고대 축구', '인맥 축구' 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개 숙인 축구협회와 돌아선 팬심, 개혁 요구는 더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홍명보 감독 논란이 이어지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이번 대회의 실패를 교훈 삼아 깊은 반성과 성찰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준비해 나가겠다"며 "여러분의 질타와 비난 모두 겸허히 듣고, 더 나은 한국 축구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최근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뉴스화한 억측성 보도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축구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CHANGE, 단어 알지? 바꿔. 난 오늘 그거 여러분 볼 거야", "축협보다 박지성이 있는 K-축구 혁신위원회가 더 기대된다" 등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임생은 캄보디아행, 홍명보는 미국행, 정몽규는 사임 :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박지성 국제축구연맹 분과위 위원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공동위원장으로서 발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월29일 엑스를 통해 "우리나라 축구의 참혹한 실패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두고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감독 선임 논란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 전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책임과 절차 논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남기기보다 해외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은 떠났지만 책임 문제와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남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답해야 할 것은 누가 떠났는지가 아니다. 왜 특정 인물에게 권한이 집중됐고, 왜 그 과정이 견제받지 못했는지다. 한국 축구가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개인의 거취를 넘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K-축구 혁신위원회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이임생은 캄보디아행, 홍명보는 미국행, 정몽규는 사임 :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박주호 해설위원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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