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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7월6일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해외 상장에도 적용되면서, 나스닥 상장으로 한국거래소 기준을 피하려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공개(IPO) 셈법이 꼬이고 있다.

복잡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 맞물려 정의선 회장 승계의 열쇠로 꼽혀온 보스턴다이나믹스 IPO가 복병을 만난 모양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승계 실탄' 마련 난관? 보스톤다이나믹스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뚫기 위해 '주주권익 보호 입증' 난제 풀어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월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등을 마친 뒤 현대차그룹의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에 사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로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은 상장사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추진하려면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 보호 5대 의무'를 지키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이 규제가 해외 상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미국 법인인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한국거래소 심사는 받지 않지만, 모회사 이사회는 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 작성부터 주주 보호방안 마련, 주주 동의 확인, 단계별 공시까지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억 원의 제재금과 매매거래 정지를 받고, 반복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까지 될 수 있다.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해외 법인이 새 주식을 발행하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야 하는 규제도 별도로 적용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IPO가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 회장의 지분 승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지배하는 만큼,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정 회장의 지분율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로 미미해 지배력을 다지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은 HMG글로벌 56.4%, 현대글로비스 11.25%, 정의선 회장 22.6%, 소프트뱅크 9.65%로 나뉘어 있다. 단순 계산으로 기업가치가 30조 원이면 정 회장 몫은 6조 원대, 100조 원이면 20조 원이 넘는다. 이 지분을 현금화하면 승계 재원이 마련되는 구조다.

문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성장 기대감이 이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따로 상장해 모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을 물어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장 과정에서 총수 개인 지분이 현금화되면, 일반주주가 기대한 '로봇 프리미엄'이 '승계 실탄'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은 바로 이런 이해충돌 상황에서 주주를 보호했다는 사실을 이사회가 입증하도록 만든 장치다.

정 회장의 지배력을 지키면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려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세 상장 모회사의 이사회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새 주식 발행 중심으로 상장하고,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은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새 주식을 발행하면 공모 대금이 기존 주주가 아닌 보스턴다이나믹스로 들어가기 때문에 '성장 자금 조달을 위한 상장'이라는 명분이 선다. 

예외 인정을 받으려면 상장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다. 총수 지분 매각이 빠지면 소송 위험도 줄고, 그룹으로서는 추가 비용 없이 논란을 줄이는 카드다.

둘째는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보스턴다이나믹스 주식 현물배당 등 가이드라인이 예시한 주주 보호방안을 먼저 내놓는 방안이다. 새 주식 중심 상장만으로는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에 이중으로 반영되는 할인 문제를 막지 못한다. 따라서 주주의 손실을 직접 돌려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구체적 보호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면 금감원 심사와 주주 동의를 얻기 쉬워지고, 이사회가 의무를 다했다는 기록이 남아 향후 소송에 대한 방어 논리도 될 수 있다. 

셋째는 상장 시점과 구조를 다시 짜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이다. 가이드라인은 7월7일부터 14일까지 공식의견 수렴에 들어가 최종 요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이 가이드라인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해, 규제가 확정된 다음 상장 시계를 움직이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소프트뱅크와의 계약도 변수로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때 기한 내 IPO 추진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다.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의 잔여 지분을 사들인다는 내용이다. 

6월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7월20일까지 지분을 되파는 권리(풋옵션)를 행사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매수 권리(콜옵션)를 행사해 잔여 지분 9.65%를 사들일 수 있다. 이때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게 되면 IPO에서 주도권을 보다 수월하게 행사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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