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이틀 연속 공습을 이어가면서도 "전쟁 재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과 벌이고 있는 종전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군사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전면적 전쟁 재개에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는 진단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손가락으로 질문할 기자를 가리키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전쟁이 재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 미국은 훨씬 더 세게 반격할 것이다"며 추가 공습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앞서 미군은 7일 밤 이란 남부해안의 방공망, 해안레이더,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형고속정 60여척 등 80여개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을 공격한 것에 따른 대응조치였다.
미국이 이번에 감행한 80여곳 타격은 이란전쟁 개전 초기와 비교하면 확연히 축소된 규모다. 미군은 올해 2월 이란전쟁 개전 직후 24시간 동안 1천곳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공습은 첫 100시간 동안 약 4천 곳을 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 개전 26일째인 3월 말에는 누적 타격지점이 1만 곳을 넘겼고, 6월 초 기준으로는 1만3천여 개 표적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전쟁 초기 하루 평균 1천 곳씩 쏟아붓던 공습이 이제는 하룻밤 80여곳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를 '아픈 사람들', '쓰레기 같은 자들'이라고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이란협상단과 대화는 계속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은 압박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축소된 규모의 공격이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전을 확대할 의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격능력 자체도 부족하다는 신호로 분석하는 시선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란과 전쟁으로 방산물자가 고갈됐다고 6월26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방산업체에 생산확대를 요구했지만 방산업체들은 추가자금을 요구했고, 700억 달러(한화 105조2천억 원) 규모의 추가 예산안은 미국 민주당의 반대로 의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토마호크 미사일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부품공급망과 인증절차문제로 지연이 예상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 동안 이란전쟁의 목표와 정당성에 대한 기본적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면서 끝없이 납세자의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종전 협상의 원활한 진행 여부는 이란의 향후 대응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군사공격과 제재 면제철회를 비롯한 일련의 조처가 이란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구조를 훼손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미국의 저속함에 저속함으로 답하지 않고 행동으로 답할 것이다"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 공격을 비롯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려고 할 경우, 미국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유리한 협상 결과'는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