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GOAT(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이집트를 꺾고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에 안착했다.
리오넬 메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이집트를 꺾은 뒤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메호대전'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16강에서 씁쓸하게 탈락한 반면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커리어 막판에 접어든 메시에게 이번 대회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시가 국가대표로서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8강부터 결승전까지 단 세 걸음 남았는데 쟁쟁한 강호들을 차례로 넘어야 한다.
8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스위스와 콜롬비아의 16강전에서 스위스가 승부차기 혈투 끝에 콜롬비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메시와 아르헨티나가 4강 진출을 놓고 마주할 상대는 스위스로 확정됐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필두로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공격진과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러나 16강전에서 이집트를 만나 후반 79분까지 2골 차이로 뒤지다 14분 만에 3골을 몰아넣으며 극적으로 승리했다. 특히 전반 21분 페널티킥을 실축한 메시는 후반 34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만회골을 도운 뒤 후반 38분 직접 동점골을 터트렸다.
다만 8강에서 만나게 될 스위스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국제 대회마다 강팀들을 위협해 온 전통의 '거인 킬러'이자 복병이다. 탄탄한 조직력을 무기로 유로 2024 8강에 올랐던 스위스는 그라니트 자카(선덜랜드), 마누엘 아칸지(인터밀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레알 베티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노련한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고 신성 요한 만잠비 같은 젊은 재능들이 기동력을 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스위스의 저항을 뚫고 4강에 오른다면 노르웨이와 잉글랜드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메시에게는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괴물들과의 정면 대결이 된다.
노르웨이 국가대표팀 선수인 엘링 홀란드가 지난 5일(현지시각)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FIFA 월드컵 2026 16강전 경기에서 볼을 주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에는 세계 최고의 득점 기계이자 최고 수준의 정통 스트라이커(No.9)로 평가되는 엘링 홀란드가 버티고 있다.
맨체스터시티에서 뛰고 있는 홀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7골로 득점 공동 2위이며 지난 6일 16강전에서는 2골을 넣으며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홀란드는 메시처럼 공을 많이 달고다니며 드리블과 패스를 보여주는 '볼러'(baller)는 아니지만 압도적 피지컬과 기회가 왔을 때 골로 마무리하는 골결정력이 최대 강점이다.
4강에서 아르헨티나와 격돌할 가능성이 있는 잉글랜드는 월드클래스 스쿼드가 포진한 강력한 우승 후보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으로 잉글랜드 최전방을 책임지는 헤리케인(바이에른뮌헨)은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손케(손흥민·케인) 듀오로 익숙하다. 미드필드로는 레알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주드 벨링엄이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경계대상이 될 전망이다.
메시가 4강을 넘어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대진표 반대편에서 살아남을 최강의 적과 마주하게 된다. 반대편 대진표에 포함된 팀들 가운데에서는 전력상 프랑스나 스페인이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는 레알마드리드의 킬리안 음바페가, 스페인에는 메시가 뛰었던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포지션(오른쪽 윙포워드)을 맡고 있는 신성 라민 야말이 핵심 선수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 ⓒAFP&연합뉴스
특히 프랑스가 결승에 진출해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맞붙는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리턴매치가 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최근 월드컵에서 승패를 주고받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두 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에서 만났는데 메시가 1골을 넣었지만 음바페가 2골을 기록하며 프랑스가 4-3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기세를 이어가 2018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반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음바페가 헤트트릭을 기록했지만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간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2018년 월드컵 패배를 설욕했다.
메시는 이미 발롱도르 수상 횟수를 비롯한 클럽 커리어에서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유독 '월드컵' 무대에서만큼은 통산 3회 우승이라는 불멸의 대기록을 남긴 '축구 황제' 펠레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만약 메시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한 번 더 들어 올리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다면 월드컵 커리어마저도 펠레의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메시는 현재 21골로 월드컵 통산 최다골과 최다 공격포인트(30개)를 기록하고 있다.
과연 메시가 스위스를 시작으로 우승 후보들을 차례로 잠재우며 마지막 월드컵 왕관을 쓰고 황제의 대관식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강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인 메시는 "항상 말했지만, 우리는 절대 고개 숙이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이기려고 노력한다"라며 "아르헨티나 국민이 계속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이 여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