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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새들의 몸을 살찌우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는 황새들에게 손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무한 뷔페'가 됐지만, 동시에 새들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식탁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쓰레기 매립지가 새들을 살찌우고 눌러 앉게 만들었다 : '무한 뷔페'가 부른 생태계의 역설
흰황새 한 마리가 2026년 6월21일 일요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약 106㎞(66마일) 떨어진 이그날리나(Ignalina) 인근 둥지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멸종 위기를 겪던 황새들은 인간이 남긴 음식물 덕분에 개체 수를 회복했지만, 그 대가로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쓰레기 매립지 '정크푸드' 먹는 유럽 황새들, 건강 이상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유럽의 흰황새(White Stork)에게 쓰레기 매립지는 적은 에너지로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들판과 습지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대신, 사람이 버린 음식물과 고기 찌꺼기 등을 먹으며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흰황새 개체 수 증가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손쉬운 먹이에는 대가도 따랐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에서는 오스트리아·독일·폴란드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매립지 먹이에 의존하는 흰황새는 자연 먹이를 찾는 개체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고 체내 에너지 저장량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은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어린 황새에게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유전자(DNA) 손상 징후도 발견했다.

한때 유럽 곳곳에서 자취를 감췄던 흰황새는 20세기 내내 개체 수 감소라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습지 복원과 재도입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1980년대부터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과거 흰황새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대표적인 철새였다. 안정적인 먹이 공급원인 매립지 때문에 과거처럼 이동하는 철새에서 벗어나 일부만 이동하거나 한곳에 머무는 개체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매립지가 새들을 살찌우고 눌러 앉게 만들었다 : '무한 뷔페'가 부른 생태계의 역설
2024년 6월24일 오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에서 폐기물 매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모습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인천 수도권매립지에는 먹이를 찾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가 몰려든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 반입은 금지돼 있지만, 생활폐기물에 섞여 들어온 닭뼈와 생선뼈 등 음식 부산물이 갈매기들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개체 수가 워낙 많아 작업자들이 갈매기 배설물로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매립지를 찾는 새의 종류는 지역마다 다르다.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는 갈매기가 주로 관찰되는 반면, 경북 의성 매립지에서는 까마귀가 대표적인 조류로 꼽힌다.

그동안 조류 문제는 주로 새떼 증가나 항공기 충돌(버드스트라이크) 위험 측면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인간의 쓰레기가 새들의 먹이 습관을 바꾸고, 나아가 건강과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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