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1차 숏리스트 확정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3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 숏리스트 발표 일정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이슈, 그리고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등과 맞물려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역시 이 숏리스트 발표를 주시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2월 말 첫 임기가 끝나는 이 행장의 연임 셈법도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허프포스트코리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이 취임 이후 올린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해 국민은행을 순이익 3조8620억 원, 시중은행 1위로 이끌며 취임 첫해 리딩뱅크를 탈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는 ELS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순이익 1조1010억원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이어 순이익 기준 3위에 머물렀지만, 영업 기초체력은 여전히 최상위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그의 연임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적 밖에 있다.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자신의 연임 심사가 지주 회장 승계 레이스와 같은 시간표 위에서 움직이는 인물은 이 행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 행장 연임 심사보다 회장 인선이 먼저 끝나는 구조, 4대 은행장 중 유일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11월20일 만료된다. 회추위는 3일 숏리스트 6명 확정을 시작으로 8월27일 1차 인터뷰를 거쳐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고, 9월11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이후 10월2일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중으로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임된다.
이 행장의 연임 여부는 통상 연말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결정된다. 회장 인선이 행장 인사보다 먼저 마무리되는 구조다. 통상 지주 회장이 연임하면 기존 경영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회장이 교체되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폭도 커진다. 이 행장의 거취가 자신의 성과 평가 이전에 회장 승계 결과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금융지주는 사정이 다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초 연임을 확정했다. 회장 승계와 행장 연임 심사가 같은 해에 정면으로 겹치는 곳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가 유일하다.
◆ 숏리스트 6인에 포함되면 '이중 신분', KB 역사상 '행장→회장' 직행은 0건
특기할 만한 점은 이 행장의 그룹에서의 위치가 단순히 회장 인선의 영향을 받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추위가 확정한 압축 롱리스트 12명(내·외부 각 6명)의 명단은 아직 비공개지만, 금융권에서는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 김성현 CIB마켓부문장 등과 함께 이 행장이 내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 행장이 숏리스트에 포함되면, 연말 연임 심사 대상이면서 동시에 차기 회장 후보라는 이중 신분이 되는 셈이다.
이 행장이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KB국민은행장이라는 자리의 상징성, 그리고 이 행장의 경력 때문이다. 이 행장은 KB라이프생명 대표로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을 이끈 뒤 은행장에 오른 'KB 계열사 CEO 출신 첫 은행장'이다. 비은행과 은행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회추위가 가볍게 보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은행장 취임 2년 차에 당장 회장직에 도전하기보다 연임으로 리더십을 입증한 뒤 차기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 경우 연말 연임은 회장으로 가는 '디딤돌'의 성격을 띠게 된다.
반대로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국민은행장이 회장으로 직행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점을 짚는 시선도 있다. 2009년에는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2대 회장에 내정됐으나 자진 사퇴로 무산됐고, 2023년에는 역시 국민은행장 출신인 허인 부회장이 최종 후보 3인에 들었지만 결국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역대 회장은 황영기·어윤대·임영록 등 외부 출신이거나, 윤종규(국민은행 부행장, 지주 CFO 출신)·양종희(전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출신)처럼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내부 인사였다.
KB에서 은행장 자리는 회장으로 가는 길목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종착점에 가까웠던 셈이다. 은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다른 경쟁사들(신한, 하나 등)과 대비되는 점이다.
◆ 양종희 연임 우세론,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당국 변수
회장 레이스의 향방 자체는 양 회장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양 회장 취임 후 KB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고, 올해 1분기에도 1조8924억원으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시가총액 60조 원 달성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돌파라는 ‘밸류업 성과’ 역시 양 회장 체제의 치적으로 꼽힌다.
다만 금융당국이 7월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 CEO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개편안 발표 시점은 회추위의 숏리스트 확정과 맞물려 돌아간다. 당초 이찬진 원장은 3일 숏리스트 발표 전에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숏리스트 발표가 하루 남은 2일까지도 발표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표가 7월 중순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이 승계 절차 개시 당시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 중인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승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환경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