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정부가 초등학생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면서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매체 사용을 연령별로 통제하는 흐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공지능으로 번져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유네스코 등도 초등학교 단계에서 생성형 AI 사용금지와 제한을 내세우고 있어 노르웨이의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태블릿을 가지고 공부하는 유럽 초등학생들. ⓒ EPA=연합뉴스
2일 로이터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8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육과정에서 생성형 AI 도구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읽고 쓰고 셈하기 먼저 : 노르웨이의 '디지털 디톡스'
노르웨이 정부는 1~7학년(만 6~13세) 학생의 교육과정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중학생(14~16세)은 교사의 감독 아래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고등학생(17~19세)을 대상으로는 AI 활용법을 교육하는 정책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6월19일(현지시각) 오슬로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 사용은 어린이들이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도록 할 위험이 있다"며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25년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금지와 교실규율 강화에 이은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매체의 부정적 효과를 제거하는 조치)' 정책의 연장선이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교실에 컴퓨터를 도입하고 2010년 이후에는 태블릿 사용을 확대하면서 종이책과 필기에 대한 의존을 줄여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선진국이라는 평가까지 듣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을 되살리려는 정책적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르웨이는 최근 컴퓨터와 태블릿 중심의 교육흐름에서 벗어나 교실내 종이책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4월에는 청소년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만 16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UAE와 중국도 아동 청소년의 AI 사용 규제 나서 : 세계적 흐름될까
태블릿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고 종이책과 펜을 사용하는 전통적 교육 방식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이미지.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도 아동·청소년의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올해 2월 13세 미만 학생의 AI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 뿐만 아니라 13세 이상의 학생도 AI를 교육 지원 목적에 한정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2025년 초등학생의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교육현장에서 인공지능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처럼 아동 청소년의 생성형 AI 활용에 제한을 가하려는 배경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육적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네스코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AI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모든 연령에서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는 보조수단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OECD도 올해 1월 내놓은 ‘디지털 교육 전망 2026’ 보고서에서 "범용 생성형 AI는 단기적 수행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교사의 설계 없이 사용될 경우 학습자의 깊이 있는 이해와 자율적 문제해결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기구와 각국의 정책적 방향성이 일치하고 있는 만큼, 아동 청소년의 생성형 AI 활용 규제 흐름은 최근 호주와 영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아동 청소년에게 SNS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적 움직임처럼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