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전반기 2년(2024년 5월~2026년 5월) 동안 여야 합의 없이 일방 표결로 처리된 안건이 32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1대 국회와 비교해 5배 수준으로 늘어난 역대 최다 규모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과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의 입법 독주로 읽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와 지연 전력 속에서 다수당으로서 할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양쪽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까.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맨 오른쪽),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와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30일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마친 뒤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 이의가 제기됐음에도 표결로 처리된 안건 320건 가운데 법사위 처리 건이 1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방위 61건, 행안위 23건 순이었다. 세 상임위 처리 건수만 합쳐도 276건으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한다.
공개된 분포만 놓고 보면 민주당 주도의 비합의 표결은 전체 18개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 과방위, 행안위에 몰려 있다.
이는 단독 표결 증가가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기보다 권력기관 개편, 방송·언론 지배구조 개편, 검찰 수사체계 개편 등 이른바 '정치 쟁점'과 주로 연관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제22대 전반기 해당 상임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대표적 법안으로는 법사위의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내란 특검법,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공소청법 등이 꼽힌다.
과방위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바꾸는 방송4법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고, 행안위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이 여야 충돌 끝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정청래 당시 법사위원장(맨 왼쪽)이 2024년 6월2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 같은 비합의 표결을 '독주'가 아닌 '책임감'으로 설명한다. 국민의힘이 주요 법안에 대해 실질적 협상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외쳤고, 국회 공전을 막기 위해 표결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법사위에서 처리된 내란 특검법과 관련 제도 정비 법안 역시 여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이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한다. 단독 표결의 절차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번 제22대 국회 전반기 상황과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제20대, 제21대 국회 8년 동안 법사위에서 다수당이 표결을 강행한 사례는 각각 0건, 9건에 그쳤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2년 만에 192건이 표결 처리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제22대 전반기 법사위는 이전 국회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밥 먹듯' 하게 된 배경에는 12·3 내란(각종 내란 관련 법안)과 윤석열 정부의 '실정'(각종 특검)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의 속도전에 국민의힘이 제어하고 나설 명분과 역량(의석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국회 소수 정당으로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바탕으로 대여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무조건 반대'에 매달리면서 스스로 협상 여지를 줄인 적이 많았다. 대여 협상 과정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유연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 아래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원 구성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됐고, 이후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여야는 통상 17개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합친 18개 위원장 자리를 의석 비율에 따라 나눈다. 현재 의석수대로 계산하면 민주당 몫은 11개, 국민의힘 몫은 7개가 된다. 민주당은 300석 가운데 161석을 가진 단독 과반 정당이어서,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아도 본회의 표결을 통해 11개 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