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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구리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구리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의 조달 전략에도 직접적 변수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구리 정련동(공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구리 완제품)까지 관세를 확대할 경우, 전기차·AI 데이터센터·송전망 등 ‘전기화 경제’ 전반에 원가와 투자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구리 전쟁’ 본격화 임박했다 : 한국 기업이 폴란드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구리로 만들어진 배터리 원자재 동박 모습. ⓒ 연합뉴스

이런 환경에서 한국 배터리 3사와 국내 전선업체는 폴란드와 같은 보완적 공급망을 찾는 것이 필요한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글로벌 원자재·금속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구리를 둘러싼 무역 갈등이 ‘정련동 관세’ 여부를 고비로 다시 첨예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구리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구리 통상 변수 커질 가능성 : 한국 배터리·전선업계 조달 전략부터 재검토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반제품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 상무부는 2026년 6월30일까지 정련동에 대한 관세 부과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백악관은 2026년 6월30일까지 제출된 상무부 보고서를 재검토해 2027년~2028년 단계적으로 관세부과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들은 이런 관세부과 방침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도리어 미국과 동맹국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미국이 관세로 중국을 견제할수록 세계 구리물량이 미국 시장 쪽으로 더 빨리 이동하고, 그만큼 미국 시장 바깥의 공급이 더욱 빠듯해져서 가격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기업들에 미칠 파장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북미와 유럽을 생산거점으로 확대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셀뿐만 아니라 동박, 전력제어장치, 생산설비 등 여러 단계에서 구리를 직·간접적으로 사용한다.

글로벌 구리가격이 상승하면 배터리 제조원가와 설비투자비(CAPEX)가 동반 상승해 투자회수기간과 수주경쟁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전선업계의 경우 구리 의존도는 더욱 직접적이다. 구리는 전선 제조원가의 약 9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이고 국제 가격변동은 전선업게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LS전선이나 대한전선과 같은 국내 주요 업체는 원가연동형(에스컬레이션) 계약 구조를 활용해 구리 가격 상승분을 일정부분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구리값 급등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리의 급격한 가격 및 환율변동, 수주시점과 시공시점의 사이의 시차 등은 여전히 수익성에 변수로 남는다.

결국 미국의 정련동에 대한 관세부과 정책에 대비해 한국의 배터리 및 전선업계가 구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 폴란드인가? : 안정성을 갖춘 유럽 보완 공급선

미국과 중국 ‘구리 전쟁’ 본격화 임박했다 : 한국 기업이 폴란드 주목해야 하는 이유
폴란드 구리 생산구조.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폴란드는 유럽연합(EU)에서 최대 구리매장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구상에서 빼놓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더구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폴란드는 유럽연합 안에서 광산 채굴부터 제련·정련까지 통합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어 연간 50만~60만 톤 수준의 정련 구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향후 정련동 전체로 관세를 확대할 경우 원산지가 어디든 미국행 물량은 관세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폴란드산 구리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관세 회피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기업들이 폴란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폴란드가 유럽 내 수요와 미국 외 시장을 겨냥한 구리·구리 기반 제품 공급망에서 안정적 축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폴란드는 전기차·배터리·전장·전력 인프라 등 유럽 내 프로젝트에 필요한 구리와 구리 기반 제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럽 허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중국·중남미 중심 조달 구조에 유럽 축을 추가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미국 외 지역에서의 구리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보완 공급선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와 전선업계는 이미 유럽 시장 공략과 현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3사는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에 배터리 셀·모듈·팩 공장을 구축해 현지 완성차 업체와 공급망을 엮고 있고, LS전선·대한전선도 유럽을 향한 초고압·해저케이블 수주를 늘리며 현지 프로젝트 비중을 키워 왔다.

이들 기업이 유럽 현지에서 필요한 구리와 구리 기반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거점이 있다는 것은, 단기 가격 변동과 미국 관세 변수 사이에서도 사업 계획을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석환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은 17일 보고서에서 "폴란드는 발트해 연안 항만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연결돼 있어 다양한 확장성을 지닌다"며 "특히 한국기업들의 원자재 공급망 확보 관점에서 볼 때 유럽연합 지역에서 고품질 정련동을 확보할 수 있는 보완 공급선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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