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수십 년간 방치해온 건물 개보수 비용이 최대 500억 달러(한화 약 7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의회 절차는 복잡하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노후 건물 개보수 지연으로 공무원들이 수년 동안 열악한 근무 환경과 건강·안전 위험에 노출돼 왔다.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2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틀랜타주 국세청 건물, 하와이주 보훈부 사무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건물 등 미국 연방정부 건물 곳곳에서 심각한 노후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 본부에서 나오는 용수에서는 고위험군 폐렴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됐고, 켄터키주 루이빌의 마졸리 연방건물도 같은 균 문제를 겪어왔다. 하와이주 힐로의 보훈부 사무실에서는 곰팡이 문제가 지속됐고, 애틀랜타주 챔블리 캠퍼스의 국세청 건물에서는 수년째 지붕 누수가 방치돼,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 비닐 시트와 호스, 쓰레기통을 엮어 만든 임시 배수 장치로 빗물을 받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챔블리 캠퍼스의 다른 건물 두 곳에서는 업무 공간 한가운데 놓인 끈끈이 덫에 쥐가 걸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직원들이 마주해야 했다.
이 건물에서 일하다 쥐 문제 등을 이유로 퇴사한 시드니 몽거는 "하루에 쥐가 여러 마리 잡힌다"며 "우리 층에서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비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임차 건물에서 일하는 국세청 직원들은 건물 입구의 고장 난 회전문과 낙후된 화장실, 누수 현상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누수에 따른 두통을 호소했고, 한 직원은 이 건물에 들어가면 유독 눈이 가렵다고 증언했다.
미국 공공건물개혁위원회는 이 같은 유지보수 적체 비용이 수년 안에 연방정부가 현재 보유한 전체 부동산 자산 가치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개보수 문제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면서 더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수리가 방치된 건물로 더 많은 직원들이 출근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연방정부 건물을 수리하려면 예산 확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 미국 연방법상 연방조달청이 관리하는 건물의 주요 개선 공사 비용이 396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를 넘으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금액은 현재 미국 정부가 교체해야 하는 수십 대의 엘리베이터 가운데 겨우 세 대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연방조달청에 따르면 예산 승인 절차에는 평균 435일이 걸리고, 대다수의 경우 그보다 더 오래 소요된다. 문제가 방치되는 동안 비용은 더 불어나는 구조다.
에드워드 포스트 연방조달청장과 21개 연방기관 수장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에 연방건물기금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체 지출 한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로비는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연방조달청에서 부동산 관리를 맡았던 댄 매슈스는 양당 의원들이 정부 건물 개보수를 위해 법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부 건물 보수는 유권자가 체감하기 쉬운 서비스에 예산을 쓰는 일보다 우선순위가 낮다는 것이다.
매슈스는 "그 문제는 그렇게 높은 우선순위에 오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정부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형편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