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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도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답한 '3대 메가프로젝트' 대규모 투자를 두고 국민의힘이 정치공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공세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 대안 없이 국토균형발전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천조 투자가 ‘기업 팔 비틀기’라고? : 국힘, 균형발전마저 '지역감정' 부추기며 훼방놓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호남권 중심의 첨단 반도체 투자를 두고 '기업 팔 비틀기'나 다름없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왜 하필 호남이냐"는 식으로 입지 선정을 문제 삼으며 국가 미래가 걸린 반도체 발전 전략마저 해묵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발표할 반도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비판은 크게 호남에 투자하는 게 이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과 기업들의 자율적 투자 결정이 아닌 정부가 압박해 투자 방향을 이끌어낸 게 아니냐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경쟁하는 두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번 호남 투자가 기업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정부 압박에 의한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부지 선정에만 보통 5년에서 7년이 걸리는데, 불과 두 달 만에 수백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방향이 바뀐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첨단 산업의 투자 트렌드는 기업 혼자 결정하는 시대를 지났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민관 협력형(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구축해 국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자율만 강조하던 신자유주의적 투자관에서 벗어나 정부가 파격적인 인프라와 보조금을 제안하고, 기업이 실익을 계산해 투자 방향을 확정하는 게 전 세계가 행하고 있는 표준적인 '조성 행정'이자 국가 전략이 된 것이다.

미국의 칩스법(CHIPS Act)을 통한 인텔·TSMC 유치,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실현된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안보 확보를 위해 첨단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이 절실했고, 인텔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재진입을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인텔은 2022년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 오하이오주 등에 1천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팹(Fab)을 짓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보조금 8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메가프로젝트 투자 역시 이러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기업과 정부의 논의에 기반한 결과물이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가동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름 아닌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과 안정적인 인프라 확보로 꼽힌다. 정부와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하고 지진 위험이 없으며, 대규모 부지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가 바로 서남해안권으로 보는 건 합리적 분석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천조 투자가 ‘기업 팔 비틀기’라고? : 국힘, 균형발전마저 '지역감정' 부추기며 훼방놓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글로벌 기업의 생존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자 국가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악질적인 발목잡기"라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풍부한 용수, 대규모 부지, 정주 여건을 종합해 최적지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본능인데 세상만사를 구시대적인 당리당략과 소모적인 정쟁으로만 바라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투자의 당위성을 흐리기 위해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입지는 철저히 기술적, 환경적 요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에도 "특정 지역 특혜"라는 프레임을 씌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가 안보가 된 반도체 산업의 생존 전략을 모두 무시한 채 오직 표 계산을 위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행태는 구태 정치의 전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전세계에서 이런 정도의 규모 투자, 국가기간산업 투자를 하는데 관치를 안 하는 곳이 있느냐, 국민의힘은 고장난 레코드를 틀고 있다"라며 "호남만 물고 늘어지는데 호남이 아니라 충청도나 경상도에 지었으면 야권이 별 얘기를 안했을텐데 이건 호남은 안 된다고 점찍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지금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고 있는데 전기가 부족해서 송전망을 깔아 호남으로부터 전기를 끌어오겠다고 하고 있다"라며 "호남이 전국 최고의 입지는 아닐 수 있지만 용인에 핵발전소를 지을 건가"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국내 제조업 투자를 영남권에 집중시켰고 호남권은 제조업과 관련해 수십년 간 토대가 마련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근거 없는 특혜 의혹이나 '팔 비틀기'식 선동을 할 것이 아니라 이번 대규모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과 규제 완화 등 입법적 지원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산업화 이후 60년, 민주화 이후 40년 동안 대규모 민간투자는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에 집중돼 왔고, 호남은 충분히 기다린 만큼 이제는 기다림이 아닌 기회의 시간이어야 한다"며 ""보수가 먼저 호남의 기업 투자를 환영하고 호남의 청년일자리를 응원해 주고, 호남의 산업화를 함께 만들어 주자"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반도체 단지 호남 건설은) 정략적인 조치가 아니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 영남엔 창원을 중심으로 중공업이 자리 잡았고, 울산을 중심으로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우리나라를 견인하는 공업 지대가 자리 잡았고, 부산은 수출 주도형 산업 효과로 물류 도시로 우뚝 섰다"고 짚었다.

홍 전 대표는 이어 "1980년대 들어와서 경기도, 충청도를 중심으로 반도체, 전자 산업 등이 자리를 잡았는데 유독 호남만 별다른 산업 없이 농업 중심 도시로 남아있다"며 "전국적인 산업 재배치가 정쟁의 도구로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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