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리딩금융 탈환' 과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년 가까이 표류하던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빠진 조각'으로 지목돼 온 대형 손해보험사를 메울 매물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손에 잡힐 듯한 매물 앞에서 진 회장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가 빠진 조각을 채울 사실상 유일한 매물인 것도 맞지만, 그만큼 부담이 큰 매물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비은행 강화의 '빠진 조각'이 될 수 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진옥동 2기의 숙제, 비은행 격차 줄이기 위한 '빠진 조각' 찾기
금융권에서는 진 회장이 2기 들어 풀어야 할 숙제를 비교적 명확하게 한 가지로 보고 있다. 바로 최대 경쟁사 KB금융지주에게 2022년 이후 내준 '리딩금융' 왕좌를 되찾거나, 순이익 격차를 좁혀 최대한 왕좌 탈환에 가ᄁᆞ이 가는 것이다. 2025년 연간 기준 두 그룹의 순이익 격차는 8714억 원(신한 4조9716억 원, KB 5조8430억 원)에 이른다.
이번 롯데손해보험 인수설의 출발점이 바로 그 격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2025년 KB손해보험(7782억 원)과 KB라이프생명(2440억 원)을 합해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은 신한라이프가 5077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대형손해보험사의 부재가 KB금융그룹과 순이익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을 두고 있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97억 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사실상 그룹 전체의 순이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비은행 이익 비중에서도 신한금융(29.3%)은 KB금융(37%)에 못 미친다. 진 회장이 리딩금융을 되찾으려면 비은행, 특히 손해보험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 손에 잡힌 '빠진 조각', 롯데손해보험 인수전 속도 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지분 77.04%)는 매각 주관사를 삼정KPMG로 선정하고, 8월 공개매각을 목표로 잠재 인수 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27일 롯데손보의 경영개선계획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경영개선명령 위기를 일단 피하고 매각을 가로막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의 행보는 이미 검토 단계를 넘어섰다.
신한금융그룹은 JKL파트너스에 구속력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 오퍼)을 전달하고, 그룹 내 인수 태스크포스(TF)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회계 실사도 준비 중이다. 사실상 인수 의지를 드러내며 물밑 협상에 들어간 셈이다.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은 '빠진 조각'에 가장 확실하게 부합하는 매물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자산 규모가 올해 1분기 기준 13조8688억 원에 달하는 업계 7위의 손해보험사다. 신한금융그룹이 인수하면 그룹 손보 부문 자산이 단숨에 수십 배로 불어나며 손보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회사의 사업 구조 역시 매력적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손해보험 수입보험료 중 장기보험 비중이 88.63%에 달하는 장기보험 특화 손보사로, 새 회계기준(IFRS17)에서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이 1분기 말 기준 2조3386억 원에 이른다. 신한금융그룹이 인수만 한다면 그룹의 중장기 이익 기반을 넓힐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보 갈증을 풀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진 회장이 롯데손보를 쉽게 놓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 나온 또 다른 손보 매물인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은 매각가가 3천억~5천억 원대로 규모는 롯데손해보험보다 훨씬 작은 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정상화에 1조 원 안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본확충 부담은 상당히 크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매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다른 매물인 KDB생명은 이미 신한라이프라는 대형 생명보험사를 가진 신한금융이 굳이 인수할 유인이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25년 9월 몸값이 3조 원 이야기가 나올때는 사실상 신한금융그룹이 이 인수건을 검토할 가치가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현재 나와있는 매물 가운데 신한금융이 만족할만한 매물 역시 롯데손해보험 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가격은 싸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이야기, 이중 레버리지와 자본확충은 부담
문제는 가격이 내렸다고 부담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첫 번째 부담은 롯데손해보험이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라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5월29일 롯데손해보험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2027년부터 규제지표로 도입될 예정인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2026년 3월 말 기준 -21.4%로 향후 규제 대응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라며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 또는 매각 이후 증자 등을 포함한 자본관리전략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또한 “2026년 3월 말 K-ICS 지급여력비율은 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131.9%(경과조치 적용 후 164.4%)로 업계 평균 대비 열위하다”라며 “또한 동사가 예외모형을 적용하고 있는 무ㆍ저해지보험 해지율에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전 113.7%, 경과조치 후 138.1%까지 하락하여 업계 평균을 크게 하회한다”고 바라봤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단순한 구주 인수가 아니라 구주 매각과 신주 유상증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자본확충 없는 매각만으로는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얼마에 사느냐보다 얼마나 자본을 넣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둘째는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다. 2009년 금융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지주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30% 이하이며 신한금융그룹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116.7%다. 롯데손보를 인수하면 출자가 늘어 이 비율이 높아지고, 향후 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계열사의 자본확충에 참여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 결국 가격이 인수 성패를 가른다, 경쟁 구도도 변수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인수와 유상증자에 약 7300억 원을 투입한 만큼 1조 원 안팎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은 JKL의 투자 원금을 크게 웃도는 가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2~3조 원까지 거론되던 몸값이 1조 원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인수 후 자본확충 부담까지 감안하면 실제 셈법은 단순하지 않다. 두 회사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JKL은 공개매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경쟁자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업에 편중된 수익구조(1분기 순이익의 85.6%가 한국투자증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내 보험사 인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손보사가 없는 만큼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인수합병과 관련해 여러가지 방향을 놓고 다각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