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충돌을 중단하고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이란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향해 이란군이 공격을 감행하면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나흘 만에 중지되는 것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종전 협상과정에서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전경. ⓒ AFP 통신=연합뉴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각)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모든 물리적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3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해결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애초 미국과 이란은 30일 스위스에서 회담을 열어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란이 6월2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한 뒤 미국의 이란 인프라를 향한 보복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의 바레인 및 쿠웨트 안의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을 이어가면서 종전협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일단 양국이 군사적 충돌을 피해 종전협상을 재개한 셈인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는 언제든 양국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만큼 민감한 문제로 꼽힌다.
나흘간의 무력충돌, 그리고 잠정합의까지
미국이 이란과 무력충돌을 멈추기로 했다고 보도된 28일에도 교전은 멈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28일 이른시간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있는 미군 관련시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공격을 감행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쿠웨이트군은 탄도미사일 2발을 요격했으며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고, 바레인 무하라크 지역에서는 국제공항 인근 주거용 건물이 드론공격으로 파손됐으나 사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충돌은 6월27일 격화하면서 종전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원유 200만 배럴 이상을 싣고 이동하던 파나마 선적 유조선 '키쿠호'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감시 시설·통신 시스템·방공망·드론 저장소·기뢰 부설 시설 등을 공습했다.
이란은 해당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추가 공습이 이어질 경우 외교 절차가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번 재충돌의 불씨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6월17일 발효된 이란전쟁 종식 양해각서(MOU)에서 이란은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해협 통과를 보장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은 선박이 통항 이전 자국과 조율하고 이란 통제 하의 북쪽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은 오만 연안에 가까운 남쪽 항로를 통한 통항을 추진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어느 특정국가도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수로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미국과 이란은 앞서 6월21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협상에서 군사 채널인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지만, 이 채널은 6월27일까지도 가동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호루무즈 해협 통행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유력한 협상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유로운 통행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전문가들은 양국 협상에서 핵문제만큼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실제 양국은 군사적 충돌까지 감수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