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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결혼과 출산이 나중으로 밀리다 보니 임신 하나하나가 너무 귀해졌다. 젊은 세대가 임신을 '안' 하는 경향이 분명 있으나, 이들이 좀 더 나이가 들면 임신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는 함정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확정된 장애보다 무서운 '미정',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되는 법
산부인과 의사와 태아의 상태에 대해서 상담이 진행되지만, 출산여부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부부가 결정해야 한다. AI 이미지.

따라서 따지고 보면 요즘 부부들은 임신할 기회 및 시간적 여유 자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인지 어떤 문제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을 임신과 출산에서도 원하는 산모가 점차 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임신을 놓치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이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완벽한 인간은 없다. 이는 태아도 마찬가지다.'라고 생각한다.

기형아 검사는 태아의 모든 기형을 다 걸러주지 못한다. 이는 발견 자체를 못 하는 경우도 의미하지만, 염색체 이상을 발견해도 그것이 실제로 문제가 될지는 아기가 태어나서 크는 과정을 봐야 아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염색체의 미세 이상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염색체의 미세 이상은 염색체 개수는 정상이나, 일부분이 손상된 경우를 말한다. 염색체 일부가 조금 없다든지, 더 많다든지, 다른 곳과 위치가 바뀌어 있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다운 증후군처럼 염색체 수가 차이 나는 건 '너무 큰' 이상이기 때문에 대부분 장애를 가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 이상은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미세 손상된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따라 장애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상담을 해도 의사가 어떤 방향을 결정해 주기 매우 어렵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 다른 아기와 크게 다르지 않게 '정상' 발달할 수 있다. 심지어 부모 자신도 동일한 염색체 이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우연히 태아 염색체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듣고 거꾸로 부모의 염색체 검사를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염색체 이상 중 가장 운이 좋은 경우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특정 장기 기형이나, 신경 발달상 장애를 보일 수도 있다. 임신 중엔 정밀 검사를 안 해서 몰랐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발달장애를 진단받고 원인 검사를 하면서 우연히 염색체 이상을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도 있다.

과거엔 염색체의 미세 이상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오직 양수 검사뿐이었다. 모든 산모가 다 양수 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대부분은 아예 모르는 상태로 출산했다. 아이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관련 검사를 한 일부만이 알 수 있는 '희귀 질환'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비침습적 산전기형아검사(NIPT)가 발달하여 미세 이상의 위험도마저 알려주기 때문에 과거보다 이상 소견을 빨리 발견하고 있다.

염색체 이상을 출산하기 전에 일찍 발견하는 것은 분명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과연 좋기만 한 게 맞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속담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몰랐다면 하지 않았을 고민과 근심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NIPT에서 태아 염색체의 미세 이상이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확진을 위해 양수 검사를 권장한다. NIPT가 매우 정확한 검사이지만, 간혹 양수 검사에선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수 검사도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사실만 확진할 뿐이고 태아가 출생 후 어떻게 자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결국 최종 선택은 부부의 몫이다.

어쩌면 가장 잔인한 상황은 '확정된 장애'보다 정상일 수도 있는 '미정'이 아닐까. 따라서 필자는 부부에게 가능한 많은 시간을 드린다.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아보고 고민해 본 뒤 다시 상의해 보자고 설명한다. 요즘은 희귀 질환도 각종 정보와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도 알려드린다. 인공지능을 이용해도 좋다. 어차피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검색 과정에서 부부는 전 세계의 비슷한 사례들을 만난다. 출산한 부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이가 장애가 있다면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결국 임신을 포기했다면 어떤 이유였는지 등을 읽어보며 본인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 물론 똑같을 순 없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답을 결정한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상담 땐 진료실에 들어오는 부부의 표정부터 다르다. 마음에 흔들리지 않는 각오를 세우고 나니 불안감이 한결 나아지는 것이다. 향후 진료의 방향도 그들이 찾은 답을 따라 맞춰드린다. 대부분 양수 검사는 보고 판단하지만, 어떤 부부는 심지어 양수 검사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어차피 낳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출생 후 아이가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보이면 그때 염색체 검사를 하면 안 될까요?”

의사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지만, 이미 부부가 충분하게 찾아보고 숙고해서 내린 결론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는 것 또한 전문가인 의사의 역할일 것이다.

“그럼요! 아기를 낳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면, 두 분의 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기의 미래를 지켜볼 사람은 의사가 아닌 부모니까요.”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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