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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집회 참여 인증과 관련 게시물이 SNS에 확산되면서 정치적 의사 표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정치적 게시물을 계기로 지인과 갈등을 겪거나 관계를 끊었다는 사례까지 나오며 정치적 갈등이 2030의 인간관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허프생각] 2030 인스타 덮친 재선거 시위 : 인증샷에 친구는 날 손절했다, '정치 양극화'의 불똥
선거현장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여성. AI로 제작한 이미지.

15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재선거'를 검색하면 집회 현장을 찾은 청년들의 사진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거리에서 드러냈고, 이를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특정 정치적 현안에 대해 2030세대가 이처럼 공개적이고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국면 이후 한국 사회에서 다소 이례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러한 정치적 표현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허프포스트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재선거 관련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15년 지기 친구에게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으며, 관계를 정리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당당하게 드러낸 행동이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결국 오랜 우정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허프생각] 2030 인스타 덮친 재선거 시위 : 인증샷에 친구는 날 손절했다, '정치 양극화'의 불똥
15일 기준 재선거를 검색 시 2030 청년들의 인증샷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NS

물론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재선거 시위에 참여하는 청년들 상당수는 특정 정치세력이나 극우 진영과는 무관하며, 선거관리 과정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분노가 크다. 

하지만 '순수한' 참정권 요구 시위는 현실에서 곧바로 극우진영의 부정선거론자들의 집회로 변질되고 있다. 처음엔 성조기와 부정선고 구호를 자제 또는 금지하자는 주장이 강했으나 며칠 만에 시위현장은 성조기와 부정선거 구호가 압도하는 지경이 됐다. 이에 따라 시위 참여자들의 실제 의도와 별개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일베, 윤어게인, 극우 등을 떠올리게 됐다. 

그렇기에 시위에 참여하고 이를 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평소 가까운 주위에서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을 만나본 적이 없는 데다, 극우 진영과 어울리는 친구 모습은 더욱 낯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치적 성향은 본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지인과 술자리를 함께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즉 10명 중 5명 이상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이 어렵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3명 이상은 친구 관계 유지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허프생각] 2030 인스타 덮친 재선거 시위 : 인증샷에 친구는 날 손절했다, '정치 양극화'의 불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일상의 친구관계까지 스며들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도 있다. 한국 정치는 현재 진영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상대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라볼 지경이 됐다.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싸워 물리치고 없애버려야 하는 세력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는 이런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본래 정치적 견해 또는 지지 정당은 친구 관계와 연애, 결혼, 나아가 개인의 정체성까지 규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치 양극화는 일상의 풍경을 더욱 험한 모습으로 바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향한 대화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언어 혹은 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은 이어져야 한다. 민주사회는 결국 상대를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위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선거 시위는 여러 생각거리를 남긴다. 투표권의 가치를 지키고 선거 과정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건강하며 진지하게 논의할 만한 주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극단적 정치 담론이 끼어들고, 논의가 혐오와 진영 대결의 연장선으로 흘러가는 모습은 분명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재선거 논란은 민주주의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림픽 공원 시위를 보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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