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 종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갑자기 자신의 SNS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란전쟁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 또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과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우해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렸지만, 현재는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정원을 함께 산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8년 전 찍힌 해당 사진을 아무런 언급 없이 게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투르스소셜 계정
15일 국제 정치 동향을 종합하면 이란전쟁 종전이 가시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대형 외교 의제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 전쟁 이후 지지율 하락과 각종 사생활 논란을 돌파할 새로운 이슈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산책하는 사진을 별다른 설명 없이 게시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종전에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당시 목표로 내세웠던 이란 정권 교체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막대한 비용을 들였으나 국제유가 상승에 미국인들은 고물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껴안았다.
특히 제프리 앱스타인 성범죄 사건 연루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앱스타인 사건과 관련해서는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앱스타인의 관계를 문서·사진·기록 등으로 정리한 전시회가 열렸다. 해당 전시는 앞서 뉴욕에서 약 1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데 이어 워싱턴D.C.에서도 개막 첫날 밤에만 500여 명이 찾았다. 트럼프의 앱스타인 사건 연루 의혹이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팝업 전시회 '도널드 J. 트럼프·제프리 앱스타인 열람실'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앱스타인의 관계를 정리한 연대기와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관련 문서·사진 3437권이 전시돼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언론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야기한 이란전쟁과 인플레이션, 각종 SNS 기행과 사생활 논란 등이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외교 과제라는 해석은 많지 않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각)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방문해 현지 장병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의 실권자로 꼽히는 라울 카스트로 전 쿠파 국가평의회 의장을 기소하고 최고 권력층을 제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를 상대로 한 군사적 선택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이은 또 다른 외교 의제를 추진한다면 북한보다 쿠바 카드를 먼저 꺼내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에서도 드러나듯 북한 역시 여전히 그의 관심권 안에 있는 매력적 카드라는 평가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9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북한을 둘러싼 환경은 2018년과 크게 달라졌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예우하며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과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마무리되면서 기대는 무산됐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향해 다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역시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이자 경남대 교수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18년 북한이 협상장에 나왔던 이유 중 하나는 경제 제재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달러 경제로 들어오지 않으면 경제 발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어려웠을 때 북한을 끌어내기가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8년이 흐른 현재 북한은 외교적 고립을 상당히 벗어났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각각 강화하며 외교적 입지를 넓힌 까닭이다. 특히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협력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고, 북한군 파병까지 이뤄질 정도로 밀착 관계를 형성했다.
조용근 교수는 "북한이 5년 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핵잠수함·정찰위성·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계획은 당시만 해도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현실화됐고 이는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지원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9일 북한 평양에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역시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정은 위원장은 양국 관계를 '혈맹'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전쟁이 벌어지면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너무 높아졌다"며 "시진핑의 올해 첫 해외 방문지가 북한이 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 채널을 각각 공들여 관리하며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의 대러 밀착이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행 추정치를 인용해 북한의 2024년 경제성장률이 3.7%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위안화 패권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달러 경제로 나와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예전처럼 미국이 (회담장에) 나오라고 한다고 해서 쉽게 나올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