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차기 각자대표이사 최종 후보 자리 두 곳을 모두 내부 출신 인사로 채웠다. 신재욱 부동산인프라사업부 대표와 배광수 WM사업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농협중앙회 측 인사가 각자대표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는 세간의 시선에 '독립성'으로 답한 셈이다.
NH투자증권 각자대표 최종 후보로 추천된 신재욱 부동산인프라사업부 대표(왼쪽)와 배광수 WM사업부 대표. ⓒNH투자증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앞서 이사회에서 중앙회와의 연결고리였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없앤 데 이어 인사에서도 같은 방향을 택하면서, 중앙회의 입김이 들어올 수 있는 두 개의 경로가 잇따라 닫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력 후보였던 '강호동 캠프 출신' 배경주, 최종 후보군에서 빠지다
당초 차기 대표 인선 과정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선거캠프 출신이자 옵티머스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던 배경주 전 자산관리전략총괄 전무가 유력 후보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배 전 전무는 최종 후보군에서 빠졌고, 그 자리는 내부에서 검증된 두 인물이 채웠다.
NH투자증권이 지난 4월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대표 자리를 둘로 나눠 한 자리는 중앙회 측 인사에게 내주는 절충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대표를 맡고 있었던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배 전 전무가 함께 대표를 맡는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을 향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최종 인선에서 두 자리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워지면서, 그 같은 우려의 전제 자체가 사라졌다.
이번 인선의 배경에는 농협을 둘러싼 외부 환경 변화도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3월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에 대한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NH투자증권은 이후 농협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해 퇴직 1년 이상 경과자를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배 전무는 2020년 NH투자증권을 떠난 인물로, 이 조건을 적용하면 후보 자리에 오를 수 없다.
◆ 2년 전 ‘인사 파동’과의 대비, "밀었다 막힌" 인사에서 "오르지도 못한" 인사로
이번 인선은 윤병운 사장이 선임되던 2년 전과 대비된다. 2024년 대표 선임 당시 강호동 회장은 이석준 전 농협금융 회장에게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도록 요구했으나,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이를 거부하고 순수 ‘증권맨’인 윤병운 대표를 선임했다.
2024년에는 중앙회가 밀었던 인사가 임추위에서 막혔다면, 이번엔 중앙회 측 인사가 후보군에 오르지도 못한 셈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적절성을 들여다본 뒤, 중앙회의 주주권 행사는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 경영진 교체에만 미칠 뿐 손자회사인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에는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 이사회에서도 사라진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통로', 사외이사 비율도 빅5 최고
이번 대표 인선에 앞서 이미 NH투자증권의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이 ‘독립성’으로 잡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이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 문연우 이사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으면서, 농협중앙회와의 연결고리였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이사회를 기타비상무이사1명, 대표이사 1명, 사외이사(독립이사) 5명의 7인 체제에서 사외이사 5명·대표이사 1명의 6인 체제로 개편했다.
2025년 이사회에서 농협중앙회 출신 문연우 기타비상무이사를 임추위 위원에서 먼저 제외한 뒤, 올해는 기타비상무이사라는 자리 자체를 없앤, 단계적 독립성 강화 조치였다.
그 결과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6명 중 5명꼴인 83.3%로 올라, 자기자본 기준 빅5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같은 농협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 이사회에는 여전히 농협중앙회 관련 인물이 비상임이사로 남아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 1967년생에서 1970·72년생으로, 출범 이후 첫 각자대표 체제의 방점은 IMA와 파격적 세대교체
이번 인사의 방점은 '세대교체'에 찍혀 있다. 1967년생인 윤 대표 대신 1970년생 신재욱 대표, 1972년생 배광수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진의 세대가 한 칸 내려갔다.
신 대표는 여의도 파크원·나인원한남 등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도한 IB 전문가다. LG투자증권에서 출발해 한화증권, 한국투자증권(옛 동원증권) 등을 거쳐 2017년 NH투자증권에 합류한 뒤 부동산금융본부 대표를 지냈다.
배 대표는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1999년 입사해 회사 역사 전체를 거친 정통 내부 출신으로, 기업금융을 두루 경험한 뒤 자산관리 부문으로 옮겨 초고액자산가·디지털 채널을 키웠다. 특히 배 대표가 상무에서 대표이사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파격적 발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전환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NH투자증권이 출범한 이래 약 11년 만의 첫 각자대표 체제 도입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지정되며 자산관리 영역을 대폭 확장했는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단독대표 한 명에게 IB의 대형 딜과 리테일 전략이 동시에 집중되는 구조를 손볼 필요가 커졌다. 이에 IB·운용은 신 대표가, WM·디지털은 배 대표가 맡아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되, 전사 차원의 자원 배분과 거액 투자는 신설되는 '전략자원배분위원회'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6월2일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4천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IMA 사업 자본을 확충한 직후의 인선이라는 점에서, 사업 본격화를 위한 체제 정비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병운 대표가 후보에서 빠진 배경도 주목된다.
윤 대표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에 올렸다. 2025년 연결 순이익은 1조3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2%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4757억 원)을 기록한 만큼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윤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럼에도 최종 후보군에서 제외된 데는 세대교체 기조, IMA 사업 확대에 따른 리더십 교체 필요성 등에 더해 지난해 잇따른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 내부통제 실패 지적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MA 사업 추진 등 회사가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며 "두 대표가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