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위치한 공연예술의 중심지 케네디센터가 홍역을 치른 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떼어내고 원래 이름을 회복했다.
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하기 위해 인부들이 케네디센터 건물 외벽에 비계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케네디센터는 13일(현지시각) 건물 외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하고 웹사이트에서도 명칭을 삭제했다.
철거 작업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작업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케네디센터의 정식 명칭은 '존 F.케네디 공연예술센터'로,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의회가 추모의 뜻을 담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1971년 설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진보 진영과 '문화 전쟁'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케네디센터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고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2025년 12월18일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센터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 의원이 이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워싱턴DC연방지방법원은 5월29일 "케네디센터 명칭을 변경할 권한은 의회에만 있다"며 건물뿐 아니라 웹사이트와 각종 표지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계기로 케네디센터가 미국 시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공연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사회 개입으로 '케네디센터 흔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센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간판이 달리자 당시 이에 반발한 예술가들의 공연 취소 행렬이 이어졌다.
재즈 드러머 척 레드가 항의의 표시로 크리스마스이브 재즈 콘서트를 당일 취소했고,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신작 '링컨 교향곡' 초연 일정을 취소했다.
55년간 케네디센터와 제휴 관계를 유지해 온 워싱턴국립오페라단(WNO)도 2026년 1월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케네디센터 상주악단인 국립교향악단(NSO) 총책임자 진 데이비슨 상임 이사도 3월 사의를 표명했다.
관객 수마저 급감했고, 케네디센터는 리모델링을 이유로 7월부터 2년간 센터를 폐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