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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가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공항 면세점 임대 구조 전반을 둘러싼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선다. 여객 수 연동방식으로 설계된 인천공항 면세 임대 구조가 지금도 현실적인지 묻고 있다. 공항 이용객들의 소비 방식 변화가 명백한 상황에서, 공항공사 측이 과도한 부담을 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향후 공항 임대료 산정방식과 입찰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내민 '1천억 소송'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 구조 흔들까 : '여객 수 연동 임대료'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
호텔신라가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신라면세점 조기 철수에 따른 위약금의 일부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호텔신라의 신라호텔 전경. ⓒ연합뉴스

◆위약금 역시 ‘여객당 임대료’ 문제의 연장선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최근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위약금 일부의 ‘부당이득 반환소송’ 역시 ‘임대료 구조’와 관련한 문제 제기로 인식된다. 

호텔신라가 문제 삼는 것은 면세구역 사업 조기 철수 과정에서 부담한 위약금의 일부다. 호텔신라가 주장하는 부당이득 규모는 1천억 원대로 알려졌다. 위약금 약 1900억 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을 ‘과도하게 산정된 손해’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석의 근거는 위약금 산정 과정에 반영된 ‘임대료 구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약금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철수하면서 잔여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수익을 기준으로 계약과 법리에 따라 산정된 정산금이다. 

면세업계에서는 해당 위약금이 사실상 사업권 입찰 당시 납부한 ‘임차보증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사업 운영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사업권별 임대보증금은 직전년도 월평균 출국여객 수에 사업권별 객당 임대료를 곱한 금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다. 

결국 위약금 산정 과정에도 여객 수 연동 임대료 체계의 영향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여객 수, 얼마나 면세업 현실과 다르길래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면세 소비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공항 면세점이 해외여행객의 필수 소비 채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여행객들이 면세점 대신 현지 로드숍이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여객 수 증가가 곧바로 면세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면세업계는 여객 수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현행 구조가 실제 수익 창출 능력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사업을 조기 철수한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2022년 객당 임대료 8987원을 제시해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 구역 사업권을 따냈다.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033년까지 10년이다. 한국항공포탈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여객 수는 2023년 5588만8421명, 2024년 7085만9206명, 2025년 7375만258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DF1 구역 임대료는 2023년 5022억 원에서 2024년 6368억 원으로 1년 만에 1300억 원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6623억 원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가 부담한 임대료는 2023~2025년 누적 기준 1조8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6천억 원 중후반대 수준이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실제로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던 기간 동안 호텔신라 TR(면세) 부문 매출은 2024년 3조30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 75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2025년에도 매출은 3조4039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531억 원을 냈다.

◆인천공항도 나름 사정은 있다

인천공항 측 관점에서 보면 호텔신라가 계약을 유지했을 경우 남은 약 8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임대수익 규모는 단순 계산 기준 4~5조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호텔신라 철수 이후 진행된 재입찰에서는 기존보다 낮은 임대료 수준으로 사업권이 낙찰되면서 임대수익 규모 역시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공사 수익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면세업계와 과거 자료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비항공 수익은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이 가운데 면세점 임대료 수입이 공사 전체 수익의 약 4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 측도 코로나19 이후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호텔신라가 사업권을 따낸 당시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이후 면세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기존 고정 임대료 체계를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개편했다. 면세사업자들이 요구했던 매출 연동 방식은 아니었지만, 공항 이용객 감소 시 임대료 부담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경쟁입찰 구조상 호텔신라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책임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라면세점은 당시 입찰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들을 제치기 위해 공격적 수준의 객당 임대료를 제시했고, 결국 해당 조건으로 사업권을 낙찰받았다. 당시 세계 최대 면세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입찰 참여가 예고되면서, 사업권 확보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영적 판단에 따라 최저수용금액(예정가격) 대비 160%가 넘는 수준의 객당 임대료를 제시하며 10년 운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신라면세점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을 당시 이러한 점을 근거로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뒤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무효과는 제한적, 호텔신라가 법원 판단 택한 이유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을 호텔신라의 수익성 악화와 맞물린 대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호텔신라는 면세(TR)부문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면세점의 구조적 부진과 함께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의 위약금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 감소와 차입금 부담이 겹치면서 호텔신라는 자금 조달을 위해 245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공모하기도 했다. 

9일 금용감독원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2025년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1천72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615억 원과 비교해 2.81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23년 당기순이익 859억 원을 냈던 호텔신라는 2024년 당기순손실로 전환한 뒤 지난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단순히 1천억 원대 반환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공항 면세사업 계약 구조에 대한 법적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여객 수 연동 임대료 체계와 임대보증금 산정 방식을 두고 적정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을 공항 면세사업 재진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호텔신라가 현재 인천공항 사업권을 철수했다고 해서 공항 면세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면세(TR)사업이 호텔신라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면세업을 하는 데 있어서 인천공항이 가진 상징성은 그만큼 크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은 단순한 매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허브 공항에서 사업을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와 홍보 효과로 이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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