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점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원장) 자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원내대표는 거대여당 '견제'와 '관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후반기에도 법사위원장직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과거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발생했던 ‘국회 마비 사태’를 복기해 보면 민주당이 이토록 완강하게 법사위원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이유도 납득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년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절 이뤄진 비정상적 전반기 국회 원 구성에 따른 독주와 파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법사위원장의 제자리 복원은 정청래·추미애 중심의 입법독재를 종식시키고 견제와 균형의 국회를 되살리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정책과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재경위, 정무위, 산중위, 국토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핵심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다 맡아야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사위를 내어줄 가능성은 없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원내대표의 요구에 대해 "만약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가져간다면 모든 국정과제, 민생 현안을 발목 잡을 것이 자명하다"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법사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사수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 소속 법사위원장 체제에서 겪었던 이른바 '입법 바리케이드'의 기억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인 21대 국회 후반기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소수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법사위를 운영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발의한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간호법 등 주요 개혁 쟁점 법안들이 법사위 단계에서 장기간 계류되거나 심사가 지연됐다.
결국 민주당은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법안을 바로 올리는 '직회부'에 나섰고 이는 국회의 파행적 운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2018년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법사위원장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면서 법사위원장을 확보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은 물론 각종 민생 법안들까지 장기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여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의 직회부 관련 조문에 "법사위가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라고 돼있는 점을 강조해 '이유 없는 지연이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법안들을 붙잡아 뒀다. 민주당은 아무리 의석수가 많아도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내어주는 순간 입법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 시절을 겪고난 뒤 2021년 9월 법사위의 법안 계류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 대폭 단축하고 법사위가 '심사 중'이라는 핑계를 대지 못하도록 60일이 지나면 무조건 소관 상임위가 본회의 직회부를 표결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