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 선수가 왼발 슈팅으로 결승 골을 터뜨린 바로 그 시각, 아파트 각 층마다 환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치킨과 맥주, 간편식을 곁들여 경기를 시청했다는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새벽과 오전 시간대 경기 특성상 거리 응원보다는 집에서 가족·지인과 함께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마트는 11일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집에서 시청하는 '집관족'을 위해 '집관 먹거리 행사'에 나섰다. ⓒ이마트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이른바 '집관족' 소비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북미 지역에서 열리면서 국내 시청자들이 새벽이나 오전 시간대에 경기를 관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심야·새벽 시간대 외출이나 단체 응원보다 집에서 가족·지인과 경기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치킨과 맥주를 비롯한 배달 음식, 간편식, 홈파티 먹거리 등을 중심으로 '집관 소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배달 플랫폼과 치킨업계다. 쿠팡이츠는 이달 말까지 BBQ,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노랑통닭, 후라이드참잘하는집 등과 손잡고 '오 필승 골이야' 치킨 할인전을 진행한다. 한국 대표팀 득점 수에 따라 최대 6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득점 수 예측 이벤트를 통해 1만원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여기에 일반 회원까지 '배달비 0원' 혜택을 적용하며 응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월드컵 대표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치킨업계 역시 집관 수요 선점에 나섰다. 과거 거리응원이나 심야 야식 수요에 맞춘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오전 경기 일정에 맞춰 주문 가능 시간을 조정하거나 자사 앱(애플리케이션) 중심의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BBQ는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자사 앱 주문 가능 시간을 오전 8시로 앞당기고 할인 행사에 나섰다. 교촌치킨은 허니·레드·간장 시리즈를 주차별로 할인하는 릴레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굽네치킨은 앱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스탬프 적립 이벤트를 운영한다. 업계는 새벽·오전 경기 시청 이후에도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까지 응원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도 집관 먹거리 수요 공략에 나섰다. 이마트는 수입맥주와 후라이드 치킨, 초밥, 회, 물회 등을 할인 판매하는 '집관 먹거리 행사'를 진행한다. 경기 시청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주류와 간편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과거 월드컵 시즌 대표 상품이었던 치킨과 맥주를 넘어 초밥·회·물회·타코 등 식사 대용 메뉴까지 할인 품목에 포함했다. 집에서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경기를 시청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간단한 안주뿐 아니라 한 끼 식사로 즐길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응원 간식 페스티벌'을 열고 폭립, 닭발, 파닭꼬치 등 집관용 먹거리를 선보인다. 오전 경기 시청 수요를 고려해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