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이 하나제약의 보유 지분 처분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덜어내며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오너 지분율이 외부 위협 노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진제약 오너 2세 조규석·최지현 각자대표이사는 자기주식 활용 등 경영권 방어 강화 방안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 조규석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지현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제약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삼진제약 지분 99만5198주(7.11%)를 5월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그보다 앞서 올라온 삼진제약의 공시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제약은 5월14일부터 1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삼진제약 지분을 장내매도했다. 하나제약은 이번 처분 목적에 대해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하나제약 오너 2세인 조동훈 경영총괄 부사장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진제약 지분 16만3천 주(1.22%) 중 6만3천 주(0.47%)를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10만 주(0.75%)만 남겼다.
이에 따라 하나제약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들였던 삼진제약 지분을 모두 털고 엑시트하게 됐다.
하나제약과 오너 일가가 2022년 삼진제약 지분율을 13%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업계에서는 경영권 인수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삼진제약 입장에서는 부담을 던 셈이다.
◆ 그럼에도 경영권 위협은 이어질 수 있다
삼진제약은 1941년생 동갑내기인 조의환·최승주 창업회장이 1968년 함께 설립한 회사다. 현재까지 두 집안의 공동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조의환 회장 일가(4명)와 최승주 회장 일가(13명)가 각각 13.41%와 10.33%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삼진제약의 경영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규석 대표이사 사장과 최승주 회장의 맏딸인 최지현 대표이사 사장이 각자대표로서 함께 맡아 하고 있다.
다만 삼진제약은 두 가문의 지분율을 모두 합해도 23% 남짓에 그쳐, 상대적으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나제약의 엑시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특히 순환기 및 대사성 질환 전문의약품(ETC) 분야의 강점을 기반으로 하는 탄탄한 실적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가는 외부 지분 매입 시도가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약점 때문에 삼진제약은 자사주 보유 비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는 방안을 실천해 왔다.
2022년 8월에는 생명공학업체 아리바이오와 자사주 교환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로 지금도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 지분 5.91%를, 아리바이오는 삼진제약 지분 8.34%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삼진제약은 하나제약이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하기 위해 아리바이오를 우군(백기사)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썼다.
2025년 11월에는 자사주 40만 주를 일성아이에스 자사주 34만6374주와 맞교환(스왑)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2025년 중반까지 11.81%(164만2225주)에 달하던 자사주 보유 비율은 이때 8.94%로 줄어들었다.
삼진제약은 2025년 11월 보유 자사주 58만 주를 소각하면서 현재 자사주 66만2225주(4.97%)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2026년 2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월 공포·시행되면서 삼진제약의 자사주 활용 전략은 어려워지게 됐다. 우군 확보를 위한 단순 스왑이나 교환사채(EB) 발행이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다만 자사주 활용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는 방법을 사용할 수는 있다.
앞으로 조규석·최지현 두 대표는 남은 자사주 활용 등 지배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진제약이 자사주를 상법이 허용하는 임직원 성과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배정에 활용함으로써 우호지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순하게 자사주 소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는 사라지지만, 대주주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편 삼진제약 오너 일가가 정공법으로 회사 지분을 지속해서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런 가운데, 두 가문의 지분율 차이가 3%가량에 불과해 내부 분쟁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업계의 의견도 있다. 두 가문의 협력 관계가 흔들릴 경우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결속 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프포스트는 향후 자사주 활용 방안 등에 묻고자 삼진제약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