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중 8개를 준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5대 제약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주권과 이사회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는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한 15개 필수 점검 항목이다.
종근당 본사 전경 ⓒ 종근당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은 ‘2026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최근 공시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기업이 주주 권리, 이사회 운영, 감사기구의 독립성 등 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준수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그 사유를 설명하는 문서다. 2026년부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는 모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종근당은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현황’에서 15개 핵심지표 중 8개를 준수해 준수율 53.3%를 기록했다. 이는 이른바 ‘5대 제약사’ 중 가장 낮다. 2026년 각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86.7%, 대웅제약은 80%, 한미약품과 녹십자는 73.3%를 기록했다.
특히 종근당은 ‘주주권 보장’과 ‘이사회 독립성 보장’ 측면에서 약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종근당이 준수하지 못한 핵심지표는 ①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②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③배당정책 및 배당 실시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④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⑤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⑥집중투표제 채택 ⑦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 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 7개다.
이 중 ①, ②, ③, ⑥은 주주권 보장과, ④, ⑤, ⑦은 이사회 독립성과 각각 관련돼 있다.
◆ 집중투표제 정관에서 배제 : 소액주주 영향력 원천 차단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종근당은 2026년 3월 열린 제13기 주주총회에서 소집결의와 공고를 주총 14일 전에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주주들이 의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 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4주 전 공고를 권고하고 있다.
상법상 규정인 2주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주주의 의안 검토 시간을 지나치게 촉박하게 부여해 주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종근당 쪽은 “종전까지는 정기주총일 4주 전 공시했으나 이번에는 내부 의사결정, 안건 검토 등에 따른 사유로 2주 전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종근당은 배당기준일(2025년 12월31일)에서 석 달이 지난 2026년 3월26일에 이르러서야 배당액을 확정했다. 한국거래소는 배당기준일 이전에 배당액을 확정함으로써 주주들에게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라고 권고한다.
이에 대해서는 배당선진화 정책 차원에서 도입되고 있는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지정’ 추세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배당기준일 이후 배당액이 확정되면 주주들은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깜깜이 투자’를 하게 된다.
회사 쪽은 “내부 경영실적 확정 후 배당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면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배당기준일 이전에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내부절차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종근당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권고하는 핵심지표도 준수하지 못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임할 때 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집중투표제는 2025년 8월 상법 개정(2026년 9월 시행)으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의무화됐다. 종근당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많은 기업이 상법 취지에 따라 집중투표제 배제 관련 정관 조항을 개정한 데 반해 종근당은 여전히 정관에 따라 배제하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면서 주주권 보장 확대 추세에 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종근당은 배당정책과 배당실시 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않으면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수립해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라는 핵심지표를 이행하지 못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사내이사 과반에 이사회 의장까지 대표이사가
종근당은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종근당 이사회 의장은 김영주 대표이사 사장이 겸임하고 있다. 회사 쪽은 “정관에 의거해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다”면서도 “관련 법령 및 내부규정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현재의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이사회 업무까지 주도하는 경우 이사회 본연의 경영감독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종근당은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사내이사가 4명으로 다수를 차지해 내부 경영진의 영향력이 큰 구조다.
이와 함께 종근당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회사 재무팀과 회계팀이 고유 업무와 함께 내부감사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것. 감사위원회 구성 없이 상근감사가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점과 더불어, 내부감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부감사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조직되고 경영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독립된 지원부서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된 지원부서가 없는 경우 내부감사가 경영진이 제공하는 정보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종근당은 회사의 위험을 적절히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통합 내부통제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이사회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내부통제정책은 윤리경영 및 준법경영 원칙,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시정보관리규정 등 전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통합 위험관리체계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