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월드컵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이 이란 축구대표팀의 지원 인력과 축구협회 간부에 비자 발급을 제한하면서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구인의 축구국제를 맞아 비자로 이란 선수들을 괴롭히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축구대표팀이 7일(현지시각) 멕시코 티후아나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란 축구대표팀은 8일(현지시각) 새벽 5시5분쯤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여를 위해 멕시코 티후아나 공항에 도착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당초 이란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꾸릴 예정이었지만,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두 나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훈련장소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가까운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했다.
특히 이번 베이스캠프 변경에는 이란 선수단을 지원할 핵심 스태프 10여명의 비자 발급이 무더기로 막힌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이란 선수들의 월드컵 참가 비자발급에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코칭 및 운영스태프와 축구협회 행정인력 다수에 대해서는 비자를 거부하거나 제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튀르키예 이란대사관은 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왜 이란 대표팀의 핵심구성원인 경영진, 기술고문 등 많은 사람들의 비자가 거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가"라며 "고의적이고 차별적 처우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비자 발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경기 지원 인력의 정상적 입국을 제한한 것은 명확한 경기 방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뛸 수는 있겠지만 월드컵 축구 경기에는 축구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과 행정절차, 미디어 대응 등이 필수적이다.
과거 월드컵 역사에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지만 이처럼 제한적인 비자 발급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국제축구연맹(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대회에서 배제됐고, 유고슬라비아도 내전과 유엔 제재 속에서 국제대회 참가가 막혔다. 하지만 이는 아예 대회 참가 자격 자체가 문제였다. 참가를 허용한 뒤 비자와 체류조건이라는 '행정 무기'를 들고 축구팀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실제 미국은 이번 북중미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서 이란의 본선 참가를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와 최소 코칭 인력만 예외로 했다. '입국 전면 거부'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허용하면서도 교묘하게 이란 쪽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인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이란에 끌려다니는 군사적 굴욕을 당하자 비자로 이란 축구팀을 괴롭히는 '장대한 복수'(미국의 이란 전쟁 작전명 '장대한 분노, Epic Fury'의 비꼰 말)라고 지적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