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찰이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김수현과 교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허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의혹을 제기했던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배우 김수현(왼쪽), 배우 고 김새론. ⓒ쌍방울 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경찰은 21일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 씨와 교제한 사실이 없고, 사망 원인 역시 김수현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비방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경찰은 김 대표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조작된 자료로 판단했고, 같은 해 5월 공개된 김새론의 음성 파일 역시 AI를 활용해 조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각종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유족 측은 현재 카톡 원본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김수현이 일정 부분 억울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수현은 이미 연예인으로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김수현은 이미지와 광고, 활동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연예계와 정치권, 스포츠계를 막론하고 '억울한 스캔들'로 치명상을 입었던 사례는 적지 않다. 법적으로는 무혐의나 무죄가 밝혀졌지만, 이미 대중의 기억 속에는 의혹 자체가 강하게 못박혀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고는 큰 죄입니다... 결국 뒤집힌 진실, 이진욱
배우 이진욱이 2016년 서울 수서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진욱은 2016년 미투 이슈가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상대 여성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진욱 측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즉각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당시 경찰에 출석한 이진욱은 "무고는 큰 죄입니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A씨 역시 물러서지 않으면서 사건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듯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A씨 측 변호인이 돌연 사임했고,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도 A씨 진술은 '거짓'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고, 결국 강제성이 없는 관계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인정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A씨의 무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법적 결론과 별개로, 이진욱은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파티에 없었다?... 카드 내역이 살린 현주엽
전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 ⓒ연합뉴스
전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 역시 법정 공방 속에서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사례다.
현주엽은 2009년 지인을 통해 투자에 참여했다가 24억3300만 원이라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이후 투자회사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나온 그의 증언이었다. 현주엽은 2011년 4월 이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2008년 부산 해운대 유흥주점에서 열린 생일파티에서 투자 권유가 이뤄지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해당 파티에 현주엽이 참석하지 않았다며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 취지 판단을 내렸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현주엽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당시 참석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했을 때 실제로 현주엽이 부산 해운대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위증 사건 피해자인 투자 관계자들은 ‘생일파티에 현씨가 참석했다’고 증언을 했다가 2심에서 말을 바꾸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했다.
재판부는 "(현주엽과 투자 관계자들 외) 생일파티 참석자들의 현주엽이 생일파티에 왔다는 증언 역시 일관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법적으로는 결백이 인정됐지만, '위증'과 '무고'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먼저 소비되면서 대중에게 남긴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화장실 갔다가 봉변... 5개월 간 옥살이 한 강은일
뮤지컬 배우 강은일. ⓒSNS
뮤지컬 배우 강은일 역시 억울한 성추행 의혹으로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은 사례로 꼽힌다.
강은일은 2018년 3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동창의 지인 A씨는 자신이 화장실에 갔을 때 강은일이 뒤따라와 추행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재판은 곧바로 시작됐고,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유지했고, 사건 직후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했을 때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은일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재판부는 CCTV 영상을 핵심 증거로 주목했다. 영상에는 강은일이 먼저 화장실로 향한 뒤 A씨가 뒤따라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고, 이후 강은일이 화장실 밖으로 나오려다 A씨에게 붙잡혀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여자화장실 칸 문이 열리고 닫히는 그림자 장면 역시 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강은일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무죄 판결이 모든 피해를 되돌려주지는 못했다. 강은일은 약 5개월간 법정구속으로 수감 생활을 해야 했고, 사건 직후 소속사에서 퇴출되면서 예정돼 있던 작품 출연도 모두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후유증이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대중사회에서 의혹은 판결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논란이 나중에 밝혀진 진상보다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나온 뒤에도 당사자는 잃어버린 시간과 이미지, 신뢰, 기회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