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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 이후 국방부가 발주한 성전환자의 군 복무 관련 연구 보고서가 3년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에 대한 국내 사회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특정 직업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변희수 하사 사망 후 5년, 군은 '성전환자 권리'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 트랜스젠더의 자리는 여전히 좁다
도시에서 울고 있는 여성. AI 이미지.

시민단체 '오픈넷' 등은 20일 서울행정법원에 국방부의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21일 전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성소수자의 군 복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적 논의의 장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 하사는 육군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중이던 2019년 휴가 기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군은 수술로 인한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로 판단했고, 결국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이에 변 하사는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 전역을 군의 재량 범위로 판단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변 하사는 우울증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권리 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도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국방부는 현재까지도 해당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방상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성소수자의 군 복무 문제는 안보 기밀이 아니라 인권과 제도의 문제이며, 보고서 비공개는 결국 논쟁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이라 바라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보다 일정 부분 유연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대중문화 속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더 이상 완전히 낯선 것이 아니며, 이전보다 공개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례도 늘었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풍자는 방송가나 유튜브 등에서 현재 종횡무진 활약 중이며, '성별 정정', '차별금지법' 등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논의도 예전보다는 더욱 활성화 됐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다소 완화됐지만 현실의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직업을 가지려 할 때 트랜스젠더를 가로막는 한국 사회의 높은 장벽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쟁은 변 하사의 사례처럼 군인이나 운동선수 등 신체 조건과 성별 구분이 민감한 영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굳이 잔인한 차별을 그런 특수한 영역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트랜스젠더가 일상적인 노동시장 안에서조차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은 이미 여러 조사와 통계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트랜스여성 189명, 트랜스남성 111명, 논바이너리 291명 등 총 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500명)가 월평균 임금 2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특히 '현재 소득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55.4%(326명)에 달했다. 단순히 저임금 문제만이 아니었다. 트랜스젠더는 애초에 '어딘가에 고용돼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57.1%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채용 지원 자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어렵게 지원했더라도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을 거부당한 경우 역시 15.9%에 달했다. 직장 안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정체성 노출, 업무 배치와 승진 과정에서의 차별, 사직 권유와 해고, 재계약 거절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43.6%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차별을 겪고도 대부분인 93.9%는 '참거나 묵인했다'고 답했다.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이해해 달라고 말하는 순간 직장과 생계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배제의 끝, 한국 사회에서 밀려난 트랜스젠더들을 거의 유일하게 '환영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유흥업과 성매매 시장이다. 실제로 다수의 트랜스젠더 관련 보고서들은 커밍아웃 이후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결국 생계를 위해 유흥업이나 성매매 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2024년에 발간된 '성매매 종사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의 일 경험 연구'에 따르면 연구에 참가한 트랜스젠더 성매매 종사자들은 가족과의 단절, 불안정 노동, 반복된 차별을 경험하다가 생존을 위해 성매매 시장에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연구는 정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해고, 계약 거절 경험이 성매매로 이동하는 전 단계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2006년 발간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에서도 이미 비슷한 구조가 확인됐다. 당시 트랜스여성과 트랜스남성을 포함한 트랜스젠더퀴어의 직업 분포를 보면 유흥업소 종사자가 3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 15.4%, 무직 12.8%, 공장노동자 7.7%, 가게 운영·개인택시 6.4%, 사무직 6.4% 순으로 나타났다. 거의 20년이 흐른 지금도 트랜스젠더의 노동 현실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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