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일(21일)을 사흘 앞두고 노사 간 막판 사후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경영권도 노동권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날 대국민담화에 이어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을 언급함에 따라 정부가 파업 돌입 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위기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 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경영권을 강조한 뒤 제헌 헌법의 노동자 기업이익 균점권을 언급한 것은 노동권과 경영권 모두 동등한 권리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삼성전자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 과유불급 물극필반(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대로 돌아간다)"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일방적으로 총파업을 한다면 기본권인 노동권을 제한하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능하다고 경고한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 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해당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권한이다. 발동 즉시 노조는 30일간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실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노동 3권'을 직접 제한하는 초강수 조치인 만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한국노총은 17일 성명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으로 과거에도 극히 예외적으로만 행사됐다"며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 경제와 산업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와 관계 개선에 힘써 왔던 이재명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연일 시사하는 배경에는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싸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김민석 총리가 최근 들어 제일 잘한 일이 어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했다가 노조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큰 불신을 받으면 어려워진다. 노동자들도 민심과 함께 가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