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보유한 공정자산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코스피가 지수 8천 포인트 직전까지 높아지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이 바라보는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가 자산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주요 기업체 건물 모습. ⓒ연합뉴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21년 5월3일과 2026년 5월6일을 기준으로 5년 동안 국내 50대 대기업집단의 공정자산과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공정자산 총액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공정자산은 2021년 2161조 억 원에서 2026년 3264억 원으로 51% 증가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881조 원에서 5403조 원으로 187.2%, 3배 가까이 급등했다.
공정자산과 비교해 시가총액의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두산이었다. 두산그룹은 2026년 자산총액은 31조 원을 기록한 반면 시가총액은 136조 원에 이르러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4.39배를 나타냈다. 5년 전에는 비율이 0.56배에 그쳤다.
두 번째로 높은 그룹은 SK로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2026년 3.33배를 보였다. 2021년에는 비율이 0.84배로 역시 공정자산이 시가총액을 웃돌았다.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기준 3위는 삼성그룹(3.07배), 4위는 효성그룹(2.30배), 5위는 HD현대그룹(2.23배)이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미래에셋그룹과 LS그룹, 쿠팡, 영풍그룹, 셀트리온그룹이 이었다.
자산 규모와 견줘 시가총액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신세계였다. 신세계그룹은 2026년 자산총액 75조 원을 기록했지만 시가총액은 8조 원에 그쳐 비율이 0.11배를 나타냈다.
리더스인덱스는 과거 IT·플랫폼 중심 기업에 높은 평가를 주던 시장의 무게추가 제조업 기반의 중후장대 산업으로 옮겨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 8위에 이름을 올린 쿠팡은 수치가 대폭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비율이 2021년 13.89배에 이르렀지만 2026년에는 1.76배로 낮아졌다. 자산 총액이 높아졌지만 시가총액이 40% 떨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
이 기간 네이버는 비율이 4.39배에서 1.12배로, 카카오도 2.78배에서 1.23배로 눈에 띄게 축소됐다. 두 기업 모두 자산은 늘었지만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리더스인덱스는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가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라며 "5년 전만 해도 IT·플랫폼 중심이던 고평가 구조가 최근에는 조선·중공업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 기반의 그룹으로 이동하며 제조업의 새로운 전기라는 산업 지형 변화도 감지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