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걸음이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권으로 향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권 지역 일정을 늘려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울산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단순한 선거 지원을 넘어 지방선거 이후 닥칠 수 있는 당대표 사퇴론을 방어하기 위한 선제적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등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 일정을 연이어 소화하며 영남권 민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4월 하순 강원도를 방문했다가 김진태 강원지사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던 장 대표는 그동안 제주와 강원 등 제한적으로 지역 방문 일정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5월 들어 장 대표의 영남권 지역 행보 보폭이 넓어졌다.
장 대표는 이번 달 들어 2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3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당의 결집을 강조했다. 이어 11일에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박민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이진숙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 후보 개소식, 국민의힘 울산시당 선대위 발족식까지 직접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장 대표가 영남권 지역 행보에 공을 들이는 배경은 수도권에서 뚜렷한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의 '최후 보루'인 영남권마저 흔들릴 경우 선거 직후 지도부 사퇴 압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 지표도 장 대표의 '영남 집중' 행보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정당지지도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PK에서 30%를 기록해 민주당(37%)과의 격차를 7%포인트로 좁혔다. TK에서는 33%로 민주당(34%)와 팽팽했다. 보수층이 빠른 속도로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장 대표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수도권 후보들과는 달리 영남권 후보들은 장 대표의 행사 참석이나 지원에 유화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경기도 남양주시장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은 주광덕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반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박민식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이진숙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은 장 대표의 개소식 참석과 관련해 이렇다 할 비판적 메시지를 밝히지 않았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앞줄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걸 선거 후보가 10일 오후 부산 북구에서 열린 박민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지방선거에서 TK와 PK의 결과는 장 대표의 거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18년 지방선거 당시 TK를 제외한 PK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장 대표 관점에서는 TK와 PK 광역단체장을 사수한다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논리를 내세워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물리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장 대표는 올해 초 '서울하고 부산만 이겨도 이긴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보수지지세가 강한) 대구, 경북, 경남, 울산이 흔들리니까 (영남에 전력을 기울여) 선거 후 '이건 내 덕이다'고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이어 "이는 '졌잘싸'를 위한 것"이라며 영남권 선거 결과를 당권 사수의 명분으로 쓸 것이라 의심했다.
다만 영남권의 보수결집은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 공소취소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과 선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 결합된 것인데 장 대표의 광폭 행보가 오히려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선거 구도가 딱 정렬이 되면서 양자가 부각이 되다 보니 그동안 좀 지지부진했던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뭔가 이게 추격할 만한 발판이 마련됐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의 뇌관은 장동혁 대표다. 여러 개소식을 다니는데 야당 대표로서 이번 선거에 관한 이렇다 할 비전이든 전략이 없고 정부여당을 사납게 비판하는 것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장 대표가 여론의 흐름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권 후보들이 장 대표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원한다기 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당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부산과 대구에서 (장 대표에게 개소식 참석을) 신청한 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차원이었지 '다시 전면에 나서라'는 메시지는 절대 아니었다.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금 (장 대표) 재신임 얘기를 하는 건 진짜 미친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4월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