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3종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 주인공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다.
특정 적응증에 대한 약물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끼리 경쟁을 펼치는 것은 드문 경우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적응증과 제형 확대를 적극 추진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국내 영업 대리전도 치열하다. 각각 보령,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강력한 영업력을 갖춘 전통의 제약사들과 계약을 맺고 시장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 ⓒ 각사
12일 회사 공시 등을 종합하면, 세 제품 중 가장 앞서 출시된 치료제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2018년 7월 대한민국 제30호 신약으로 국내허가를 받았고 2019년 3월 국내에 출시됐다. 미국에서도 2025년 4월 임상3상에 성공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회사 쪽은 2027년 1월 이내 FDA 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는 2021년 대웅제약이 개발한 국내 34호 신약이다. 2021년 12월 국내 허가를 받아 2022년 7월 출시했다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는 이들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약이다. 2024년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국내 37호 신약으로, 2024년 4월 국내 허가를 받고 그해 10월 출시됐다.
이들은 모두 기존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약물의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P-CAB 계열 약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P-CAB은 PPI보다 약효 발현 속도가 빠르고 식사 전후 복용할 수 있어 식사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PPI는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식전에 복용해야 했다.
현재 국내 소화기용제 시장에서 P-CAB 계열 약물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26%로 확인된다. P-CAB 내 시장점유율은 케이캡이 50% 이상을 차지하며, 펙수클루와 자큐보가 그 뒤를 잇는다. 2025년 매출액은 각사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케이캡 1957억 원, 펙수클루 982억 원, 자큐보 443억 원을 기록했다.
◆ 적응증과 제형 경쟁 치열
현재 적응증 확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제품도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5개, 펙수클루는 4개, 자큐보는 2개 적응증을 확보해 놓고 있다.
케이캡의 적응증은 ①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②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③위궤양 ④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⑤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이다.
펙수클루는 ①과 ④를 비롯해 ⑥급성·만성 위염 ⑦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발 궤양 예방 등 4개다. 특히 ⑥과 ⑦은 케이캡과 자큐보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적응증이다.
자큐보는 ①과 ③ 등 2개 적응증을 확보해 놓고 있다.
다만 추가 적응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케이캡의 경우 최근 임상에서 ⑦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HK이노엔은 케이캡과 소염진통제 나프록센 병용 투여가 골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강직성척추염의 증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시작했다.
자큐보 역시 ②, ⑤, ⑦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적응증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형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1일 자큐보 구강붕해정(물 없이 입안에서 녹여먹는 제형)의 비위관 투여 용법 1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승인을 식약처에 요청했다. 자큐보는 이미 정제(알약)와 붕해정 제형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위관 투여 용법 허가를 통해 중환자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비위관 삽입술을 통한 투여는 코를 통해 식도와 위장으로 관을 넣어 입으로 음식물을 먹기 어려운 중환자 등에게 영양을 공급하거나 투약하는 방법을 말한다.
지금까지 붕해정 비위관 투여 용법 허가는 케이캡만 보유하고 있었다. 케이캡 역시 정제와 붕해정 제형으로 구성돼 있다.
펙수클루는 정제 제형만 갖고 있다.
◆ 대리전도 치열
개발사인 HK이노엔과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경쟁과 함께, 이들과 영업 판권 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우선 HK이노엔은 출시 초기 종근당과 계약을 맺고 5년간 함께 공동판매(코프로모션)를 해오다 2024년 1월 파트너를 보령으로 변경했다.
이 두 회사는 보령의 주력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영업도 함께한다. 특히 HK이노엔은 순환기, 보령은 소화기 계통의 포트폴리오에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상호 약점을 보완하고 영업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2024년 4월부터 종근당과 함께 펙수클루를 공동판매하고 있다. 종근당 입장에서는 케이캡에서 펙수클루로 갈아탄 모양새가 됐다.
자큐보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모회사인 제일약품이 판매하고 있는데, 제일약품은 2024년 9월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